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자동차세)과 부담금(환경개선비용부담금)을 연초에 한꺼번에 내면 깎아주는 '연납' 제도의 할인율이 부처마다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자동차세(6·12월)와 환경개선비용부담금(3·9월)은 매년 두 차례 나눠 내야 하나 1월에 연납하면 환경부 소관인 환경개선부담금은 10%를 깎아주고, 행정안전부 소관인 자동차세는 5%만 깎아준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똑같이 세금을 미리 내는데도 부처마다 할인율이 달라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부담금은 세금은 아니지만, 국가가 강제로 거둬 '준조세'로 불린다.
22일 행안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세 연납 공제(할인)율은 개정된 지방세법 시행령에 따라 5%로 낮아졌다. 1994년 첫 도입 당시 금리(12.7%)를 고려해 10%로 정해진 할인율은 2022년까지 유지됐으나 코로나19 확산 때 "저금리 시대 할인율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와 지난해(7%)와 올해 2년 연속 하향 조정됐다. 내년부터는 3%로 더 낮아진다.
반면 노후 경유차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2013년 관련법 개정으로, 이듬해(2014년) 연납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정해진 할인율(10%)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울에서 10년 이상 된 배기량 2,000cc 경유차의 경우 올해 환경개선부담금은 16만4,000원이다.
할인율 10%는 당시 기준금리가 2.5~2.75%였지만, 자동차세의 할인율을 따라 정해졌다. 2013년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속기록에 보면 "10%씩이나 감면해 주느냐?"(심상정 위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측은 "자동차세든지 다른 세금에서도 그렇게(10%) 하고 있고, 2012년 4월 행정제도 선진화 과제로도 채택돼 이렇게 개정하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것"(국회 수석전문위원), "먼저 거두면 이자도 생긴다"(이완영 위원)는 설명도 있다.
부과 대상(자동차)이 같고, '납세자 편의'와 '행정 효율 및 징수율 제고'라는 도입 취지도 동일한데, 연납 할인율이 부처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똑같이 연초에 미리 내는데도 '누구는 10% 할인 혜택을 받는데, 왜 나는 5%밖에 할인을 못 받느냐'는 불만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고금리 고물가에도 할인폭을 낮추는 방식으로 사실상 증세를 단행하면서 "다른 세금 중엔 미리 낸다고 이만큼 할인해주는 제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자동차세 연납 할인율이 3%로 더 낮아져 형평성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주요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년 할인율 3%면 예금이자랑 똑같아, 굳이 미리 낼 필요 없다"는 게재물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5%에서 더 낮추면 저 같아도 연납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을 수시로 바꾸면 혼란이 가중돼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