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종교 역사상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던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아요디아가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정치 무대로 부상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 진원지인 이 지역에 새 힌두교 사원이 문을 연 것이다. 올해 3연임을 노리는 모디 총리가 이를 계기로 힌두교 신자들의 표심을 결집시키는 한편, 무슬림을 비롯한 다른 소수민족 배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매체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요디아에선 새 힌두교 사원 개관식이 열렸다. 모디 총리를 비롯해 고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등 유명 인사 7,500여 명이 모습을 보였다. 힌두교도들은 전날부터 자신들이 추앙하는 '라마신' 깃발을 흔들며 도로를 행진하는 등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약 1만 평 부지에 들어선 이 사원은 건립 비용만 2억1,700만 달러(약 2,9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요디아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최악의 유혈 사태'라는 비극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곳이다. 1992년 힌두교 광신도들은 당시 아요디아의 이슬람 사원이 힌두교 성지에 세워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파괴했다. 인도 인구(약 14억 명)의 약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은 아요디아를 '라마신이 태어난 성지'로 본다. 당시 두 종교 간 충돌로 무려 2,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후 인도 대법원이 2019년 "이슬람이 힌두교에 해당 사원 부지를 넘기라"고 판결함에 따라, 힌두교 사원 건립이 시작됐다.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모디 총리가 아요디아 사원을 정치적 무대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에서 3연임을 노리는 그는 과거에도 아요디아 힌두교 사원 건립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모디 정부는 아예 이날 개관식을 위해 반나절 정부 부처 휴무를 발표했고, 인도 주식시장도 휴장했다. AP통신은 "힌두교 사원 개관식이 대규모 국가 행사로 변질됐다"며 "사실상 모디 총리의 선거 운동이 시작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모디 총리의 기존 힌두 민족주의 노선이 한층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짙다. 미국 CNN방송은 1992년 유혈 사태 당시 가족을 잃은 현지 무슬림들을 인용해 "아요디아의 50만 무슬림은 추방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떤다"며 "이들은 30년 전 종교적 폭력이 재발할까 봐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다만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 관계자는 CNN에 "모디는 정부의 어떤 계획에서도 종교나 계급으로 인도 시민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