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일요일에 열고 새벽배송 가능해지나…정부, 평일 의무휴업 추진

입력
2024.0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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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 휴업일=공휴일' 원칙 폐기
영업 제한 시간 내 온라인 배송도 허용
"소비자 편익 증진" vs "소상공인 생존 문제"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옮기고 영업을 하지 않는 새벽 시간 동안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들은 환영한 반면 전통시장의 소상공인은 강하게 반발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대형마트 등은 다달이 공휴일 중 이틀은 문을 닫았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는 오전 0시~10시 범위 내에서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형마트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온라인 새벽 배송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라면서도 "의무 휴업 관련해선 어떤 식으로든 (법안) 발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방안이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준표가 쏘아 올린 의무 휴업일 변경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변경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시시때때로 군불을 땐 사안이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가 부작용을 많이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지자체는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서 먼저 행동에 나섰다. 현행법에서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날로 지정할 수 있는 주체는 시장·군수·구청장인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는 정부보다는 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 주도로 대구시는 지난해 2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매월 둘째·넷째 주 월요일로 조정했다. 전국 최초였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서울로 번졌다. 서울 서초구는 28일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조정할 계획이다. 동대문구도 29일까지 행정명령을 고시하고 시행을 서두를 계획이다.

10년 넘게 2주일에 한 번씩 일요일 영업을 하지 못했던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개 대형마트는 반색했다. 이들은 매출은 물론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도 타당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A 마트 관계자는 "평일과 공휴일의 매출 차이가 커서 의무 휴업은 매출 감소에 직접 영향을 줬다"면서 "오래된 과제가 해결되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 마트 업체 관계자도 "장을 보는 고객이 주말에 많은 만큼 소비자들도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생존 달린 일인데, 소상공인 표정은 '흐림'


반면 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발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 차원의 공식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면서도 "소비자의 편의성 측면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폐지를 바라볼 수 있지만 제도 취지가 전통시장과의 상생 그리고 소상공인의 생존 측면에 방점이 찍힌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시장의 경영 위기가 화두"라며 "결국 매출을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 다각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도 "의무 휴업 폐지와 관련해 구체적 대응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며 "기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소상공인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법 개정 사안, 현 국회선 사실상 어려워


노동계, 소비자단체 반응도 정반대다. 배준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조직국장은 "사안은 국무조정실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이미 폐지가 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한 건 정부가 여론몰이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반발했다.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의 곽은경 사무총장은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는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지자체가 최선을 다하는지 국회에선 법 개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측 모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게 당장 쉽지 않다는 데는 공감했다. 의무휴업일 변경은 법 개정 사안인데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여소야대 국면인 현재 국회에서 추진하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무 기자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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