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영구격리"... 등산로 성폭행 살인 최윤종에 무기징역

입력
2024.01.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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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고의 인정…피해 회복 방법 없어"
유족 "모방범죄 두려워… 사과도 안 해"

"최윤종이 부산 돌려차기를 보고 범행했다잖아요. 그런데 누군가 또 최윤종 사건을 모방하면 어쩌나요?"

22일 서울중앙지법 법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진아)가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최윤종(31)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피해자의 오빠는 눈물을 훔쳤다. 오빠는 "최윤종도, 그의 가족도 사과 한 마디 없다는 게 정말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은 선고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으나, 최씨는 15분가량 진행된 재판 동안 고개를 까딱이거나 한숨을 쉬는 등 산만한 모습을 이어갔다.

앞서 검찰은 최윤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날 1심에서 사형을 선고하지는 않았으나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재범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택했다. 아직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되지 않은 현실에서, 재판부는 혹시라도 그가 나중에 풀려날 상황을 대비해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을 제한했고, 30년간 위치추적 장치부착도 명령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너클(손가락에 끼워 펀치를 강화하는 무기)을 낀 주먹으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때린 후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가 저항하자 목을 조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건 발생 이틀 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결국 사망했다. 최씨는 "피해자를 기절시키려고 했을 뿐 살해 의사가 없었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그 근거는 △피해자가 저항력을 상실한 뒤에도 계속 목을 압박했고 △심정지 상태 피해자를 방치해 은폐하려 한 점 등이다. 최씨의 범행이 계획적이라는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최윤종은 범행 도구 및 방법을 치밀하게 계획해 준비하고 범행 대상을 수개월간 물색하다 피해자를 발견했다"면서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가 생명을 빼앗겼고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윤종을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하여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검찰이 구형한 대로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체계에서 최씨가 20년 후 가석방으로 풀려날 수 있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이 사건처럼 국민적 공분을 산 범죄로 무기징역이 확정되면 가석방 여부를 매우 엄격히 심사해 영구히 격리시켜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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