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겨울비와 한파를 뚫고 온 하노이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오토바이 출입구 근처 도로는 우비를 뒤집어쓴 채 건물로 들어서려는 오토바이 운전자로 북새통을 이뤘고 차량 출입문 앞에는 고급차와 택시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평일 오전인 터라 손님이 적을 법도 한데 샤넬 등 유명 화장품·의류 브랜드가 입점한 1층은 현지 쇼핑객들로 가득했다. 몇몇 여성은 러쉬, 딥디크 등 하노이 최초로 입점한 매장과 분수 광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지하 롯데마트에선 베트남 특산물이 가득 담긴 봉투를 양손에 든 관광객이 쏟아져 나왔다.
다음 달 뗏(베트남 음력 설)을 앞두고 선물을 사러 왔다는 탄란(41)은 "사람이 붐비는 주말을 피해 일부러 평일 아침에 왔는데 오전 9시 30분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지난해 9월 22일 정식으로 문을 연 뒤 122일 만인 21일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빈그룹이 운영하는 하노이 최대 쇼핑센터인 빈컴메가몰 로얄시티점, 타임즈시티점보다 더 빠르게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같은 기간 롯데몰 하노이 방문객도 500만 명을 넘었다. 누적 집계라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하노이 인구 840만 명 중 상당수가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하노이의 '랜드마크'가 됐다. 경제력 있는 중산층은 물론, 청년들도 이곳에선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현지에서 "하노이 돈은 롯데가 쓸어 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노이 시민들은 '원 스톱 서비스'를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쇼핑몰뿐 아니라 마트, 오락시설, 영화관 등 문화 콘텐츠가 몰려 있어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탄 응아(25)는 "그동안 하노이 내 대형 쇼핑몰은 이온몰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가족 중심이라 젊은 취향은 아니었다"며 "롯데몰에선 유명 고급 브랜드와 다양한 팝업스토어, 유명 맛집까지 한 번에 들를 수 있어 20대의 필수 데이트 코스이자 핫플레이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도 청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날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10원짜리 동전 모양의 치즈빵 판매점 앞엔 손님들이 길게 줄 서 있었고 푸드코트 곳곳에선 베트남인들이 김밥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기도 했다. 벽면 광고판과 가게마다 한글도 적혀 있어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한국 빵집 직원은 "주말에는 빵을 사러 30분씩 기다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쇼핑하는 현지인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플레이타임그룹의 대형 키즈카페인 챔피언1250, 어린이를 위한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하노이 부모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베트남 합계출산율은 2.11명으로 한국보다 높은 편이지만 1년 내내 뿌연 하늘과 부족한 어린이 관련 시설로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응우옌탄쑤언(35)은 "키즈카페 입장료가 35만 동(약 1만9,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다른 곳과 달리 익스트림 놀이 기구가 많아 아이들이 좋아한다"라며 "아쿠아리움과 북카페 등 교육 관련 장소도 있어 돈이 아깝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