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민 PD표 예능의 매력은 '사람'에 있다. '런닝맨' 연출 당시 양세찬 전소민을 영입하면서 멤버들의 새로운 케미를 이끌어냈던 정 PD는 이후 연출작들에서도 강기영 송강 오나라 제니 미주 등 예능에서 크게 조명받지 않았던 새 얼굴들을 투입하며 이들의 잠재력을 극대화, 호감형 예능 캐릭터로 성장시켰다.
"사주에도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나오더라"며 너스레를 떤 정 PD는 "출연자 섭외 기준은 매력적인 사람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할 준비가 된 사람, 인성적으로 좋은 사람인 사람이 좋다. 예능을 통해 그 사람들의 좋은 면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정 PD의 지항점 역시 사람과 맞닿아있다. 그는 "적당한 기승전결이 있고 궁금함을 유발하면서 재미가 있고 사람이 보이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라며 "추리 예능, 버라이어티 쇼는 많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남는 건 결국 사람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 참 매력적이던데'라는 생각이 남아야한다는 주의다. 프로그램 포맷은 포장지고, 내용물은 사람인 셈"이라고 자신이 추구하는 예능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출연자들의 인간적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의도와는 달리 출연자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그에 대한 평가가 뒤따를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 정 PD는 "출연진들은 매 순간 열심히 할 뿐, 이를 다르게 해석하게 만든 것은 내가 편집을 잘 못 한 탓이다. 논란이 일어나면 출연자가 아닌 제작진 욕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당부하기도 했다.
정 PD의 신작 '아파트 404'는 새로운 얼굴과 기존에 호흡을 맞췄던 출연진들의 조합으로 정 PD 표 예능의 매력을 또 한 번 전할 예정이다. '아파트 404'는 다음 달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출연진 라인업을 공개했던 바, 정 PD는 '런닝맨' '미추리 8-1000' '식스센스' '스킵'에 이어 또 한 번 유재석과 호흡을 예고하며 기대를 높였다.
첫 정식 연출작을 시작으로 매번 유재석과 함께 해 온 정 PD는 '유재석이 뮤즈인 것이냐'라는 질문에 "(유재석) 형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뮤즈라고 해도 될 지 모르겠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능 선배이자 친구이자 동료이자 제일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고 유재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뒤 "서로 결이 비슷하다. 현장에서도 '척하면 척'인 부분들이 있다. 말이 굳이 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도에 맞춰주는 경향이 있는데, 오래 손발을 맞춰오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합이다"라고 말했다.
예능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방향성 역시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정 PD는 "(유재석) 형이랑 저는 추구하는 게 비슷한 것 같다. 사람이 보였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기존 예능과 다른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에도 '아파트 404'를 설명하면서 '실화사건을 기반으로 할 거다'라고 말했더니 그 지점에 꽂히셨던 것 같다"라며 "서로가 함께 하면 '잘 만들겠지'라는 마음이 있다. 오래된 사이에서 오는 일종의 신뢰관계"라고 덧붙였다.
2018년 '미추리 8-1000' 시즌1에서 호흡을 맞췄던 블랙핑크 제니와는 5년 만에 재회했다. 제니는 이로써 유일한 고정 예능 2편을 모두 정 PD와 함께하게 됐다.
정 PD는 제니의 섭외 비결에 대해 "비결이랄 건 딱히 없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미추리' 때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으면 출연을 하고,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말을 했었다. 좋은 작품이 있을 때 출연 제안을 할 순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출연을 못 하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다행히 '미추리' 때 본인도 재미있어 했고, 방송에서도 악의적 편집이나 기존 연출 의도에 벗어나는 편집이 없었다. 덕분에 신뢰가 쌓인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니가 당시 월드 투어 중이기도 했고, 너무 바쁠 것 같아서 말(출연 제의)을 안 하려다가 블랙핑크 마지막 서울 콘서트에 초대돼 공연장에 갔을 때 한 번 이야기를 했었다. 투어가 끝난 시점이라 '생각있냐'라고 가볍게 던졌는데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획안을 보내줬고, 그날 밤 재미있게 봤다고 전화가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라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정 PD가 보는 예능인으로서 제니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날 것 느낌이지만 뭔가 순한 버전"이라며 "모든 감정에 솔직하다. 영혼이 너무나 좋은 아이다. 예능인으로서 봤을 때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매력도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억지로 뭔가를 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보단 '최대한 네 마음대로 놀아줘'라고 말한다. 그러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오고, 이를 통해 그가 가진 장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 PD와 호흡을 맞춰 온 '믿고 보는' 조합인 오나라 양세찬과의 케미도 기대 요소다. 여기에 정 PD와 첫 작업을 하게 된 차태현, (음악방송 MC를 제외하면) 첫 고정 예능에 도전하는 '새 얼굴' 이정하와의 호흡도 기대를 높인다.
정 PD는 "차태현 형은 앞서 '식스센스'를 보면서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렸는데 굉장히 빨리 답을 주셨다. '유재석 정철민이 하는 프로그램인데 안 할 이유가 있냐'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부담이 됐다"라고 섭외 비화를 전한 뒤 "역시나 재석이 형과 태현이 형의 케미는 워낙 훌륭했다. 예능을 워낙 잘 하시는 분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정 PD는 "시청률은 개인이 예측할 수 없는 범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번 본 사람들이 '너무 재미있더라' '제작진이 공들여 만들었네'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정 PD는 다음 달 첫 방송 전까지 촬영과 편집에 박차를 가하며 바쁜 나날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올해 목표를 묻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무탈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뭐가 더 되길 바라진 않아요. 그냥 저도, 주변도 다 무탈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무탈하기만도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올해의 농사인 '아파트 404'가 잘 됐으면 좋겠지만 '잘 돼야 돼'라고 채찍질 하기 보다는 무탈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