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치명적인 자살 도구를 사용한 적이 있거나, 경증 장애가 있을 때 '자해 후 자살'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 김혜현 박사와 사회복지대학원 송인한 교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이진혁 박사 연구팀은 자해 환자군이 갖는 특성을 확인하고, 자해 후 생존한 환자와 달리 자해 후 자살 사망자에게서 나타나는 사망 위험 요인을 규명했다.
국내에서는 10만 명당 24,6명이 자살로 사망한다(2021년 기준).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년간 다른 OECD 회원국 자살률은 줄었지만, 국내 자살률은 46% 상승했다.
자해 환자는 자살 사망의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코호트 연구에서는 자해 환자가 일반 인구보다 자살 위험이 3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한국은 자살로 사망한 고위험군 데이터에 접근이 어려워 고위험군의 자살 사망과 관련된 요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02~2020년 자해(국제 질병 분류 코드 X60-X84)로 병원을 방문한 이력 있는 6,332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자해 후 생존자군과 자해 후 자살 사망자군에서 사회경제적 요인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자해 후 생존자나 자살 사망자 모두 흡연하거나, 의료 급여을 받거나, 정신질환 앓았거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 때가 많았다.
반면 자해 후 자살 사망자군은 자해 후 생존자군에 비해 '임상적 요인'에서 차이가 있었다.
자해 후 자살 사망자들은 정신건강과 진단을 받았거나, 경증 장애가 있거나, 치명적인 자살 도구를 이용한 적이 있거나, CCI(Charlson Comorbidity Index·CCI) 점수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
CCI 점수는 환자가 가진 기저 질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CCI 점수가 높을수록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뜻한다.
박유랑 교수는 “자해 후 생존자와 달리 자해 후 자살 사망자에게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위험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자살 고위험군인 자해 환자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자살 예방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 IF 11.3)’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