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이스라엘 기습' 하마스의 첫 복기… "실수 있었지만 공격은 옳았다"

입력
2024.01.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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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짜리 보고서로 기습 공격 정당화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중단시킬 필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감행한 이스라엘 본토 기습 공격,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억압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발표한 16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해당 공격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유발한 당시 작전을 하마스가 복기해 공식 발표한 건 개전 후 처음이다.

'공격 정당화' '범죄 부정' 공식화한 하마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대원들은 패러글라이딩 등을 이용해 가자지구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했다. 당시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140명이 사망하고, 약 250명이 인질로 붙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이후 지금까지 100일 넘도록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보고서는 큰 틀에서 '이스라엘 공격 정당화'와 '범죄 사실 부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영어와 아랍어로 작성된 보고서에서 하마스는 ①"전쟁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을 줄곧 억압·학대해 왔고, 2022년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연립정권이 들어선 뒤엔 그 강도가 더 심해졌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한 범죄·인종 청소를 즉각 중단시킬 필요가 있었다"며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또 ②"우리는 '유대인'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민족 또는 종교에 대한 적개심에 근거한 작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③"이스라엘 기습 당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적은 없다"고도 강변했다. 사상자 상당수는 하마스에 대응하려는 이스라엘 군·경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하마스는 "이스라엘 보안·군사 체계가 급속하게 무너지는 등 혼란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실수를 하기는 했다"고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더해 ④'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에서 시신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했다'는 식의 이스라엘 주장을 거론하며 "우리를 악마화하려는 것"이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두 국가 해법 수용" 등 요구도 담아

하마스는 이번 보고서에 이스라엘에 대한 요구 사항도 담았다. 핵심 내용은 △가자지구 공격 중단 및 군대 철수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가 대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 수용 등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내정을 조정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사법기관인 국제형사재판소를 향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하는 범죄를 즉각 현장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