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내견(줄여서 안내견)의 첫 흔적은, 세계안내견협회(IGDF)에 따르면 AD 47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와 함께 화산재에 파묻힌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 유적 벽화에 남아있다. 벽화는 맹인 걸인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다른 손에는 강아지 끈을 쥔 채 부유해 보이는 옷차림을 한 여성으로부터 뭔가를 얻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바래고 문질러져 뚜렷하진 않지만, 그래서 꼬부장하게 트집 잡는 이들도 있다지만, 먼 산 바위에서도 부처를 찾아내는 인류의 본능과도 같은 능력에 비하자면 그리 억지스러울 것도 없다. 개는 인간 곁에 온 이래 줄곧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취약한 감각과 운동 능력을 보조해왔고, 안내견은 그 기능을 고도로 특화한 예다.
안내견 개념은 18, 19세기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의료인 등에 의해 제기됐다고 한다. 그 구상은 1차 대전 중이던 1916년 독일 의사 게르하르트 스탈링(Gerhard Stalling)에 의해 처음 시도됐다. 화학전으로 실명한 전역 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그는 1916년 올덴베르크에 안내견 훈련센터를 설립했고, 500여 마리의 안내견(저먼 셰퍼드)을 배출한 뒤 26년 문을 닫았다.
현존 가장 오래된 안내견 학교는 미국 여성 애견인 도로시 유스티스(Dorothy H. Eustis)가 1929년 1월 29일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 설립한 ‘더 시잉 아이(The Seeing Eye)’다. 앞서 1927년 11월 그는 한 신문에 안내견 기획을 소개하는 칼럼을 썼고, 다수의 시각장애인으로부터 문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중 한 명인 테네시주 내슈빌의 시각장애인 모리스 프랭크가 1928년 4월 유스티스의 첫 안내견 ‘버디’를 만났다. 유스티스와 프랭크는 이듬해 더 시잉 아이를 설립했다.
IGDF는 2022년 말 현재 2만291마리의 안내견이 35개국에서 활약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