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국내 최초로 인공각막 이식수술에 성공한 김재호 가톨릭의대 안과학교실 명예교수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6년 황해 수안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의대에 입학해 1960년 1회로 졸업했다. 1961년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 최초 안과 레지던트가 됐고, 성바오로병원 안과 초대 과장, 수원 빈센트병원 안과 및 이비인후과 초대 과장을 거쳐 1980년 개원한 강남성모병원에서 초대 안과과장과 진료부장을 맡았다. 1986년부터 2년간 강남성모병원장을 지냈다.
고인은 안과 선진화에 힘쓴 선구자였다. 1970년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연구원, 1975년 일본 도쿄대 의학부 방문교수로 해외 의학을 경험한 뒤 국내 안과계에 수술용 현미경을 사용하는 미세수술을 소개했고, 1978년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작해 1988년까지 5,000여 차례 시행했다. 1980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공각막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덕분에 원양어선 암모니아 폭발사고로 실명한 남성이 새로운 빛을 얻었다. 1982년에는 전방 방사상 각막절개술을 시술해 보급했고, 1985년 백내장 통원수술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둘 다 국내 최초였다.
1991년에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제4대 안과 주임교수로 취임해 산하 8개 병원의 안과학교실을 이끌었고, 2002년 정년퇴임 후에는 인제대 서울백병원에서 21세기 안과병원의 초대 병원장으로 일했다. 1970년 유한의학학술상 본상(다작상), 1986년 국민훈장 동백장, 1998년 유럽 백내장 및 굴절 수술학회(ESCRS) ‘선구자상’, 2004년 미국 백내장 및 굴절 수술학회(ASCRS) ‘영예의 리본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부인 서계숙(서울대 명예교수)씨, 딸 혜란(상명대 강사)ㆍ정란씨, 사위 박상욱(서울대 교수)ㆍ장태선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 23일 오전 7시 40분, 장지 천주교 용인공원묘지. (02)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