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 정지해야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우회전 교통사고로 한 해 사망자가 100명이 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자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상당수 운전자들은 아직도 복잡한 법규정에 혼란스러움과 불편함을 호소한다. 그러니 잘 지켜질 리 없다.
작년 1월 22일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차로 차량 신호등이 빨간색일 경우 운전자는 무조건 일시 정지 후 우회전을 해야 한다. 우측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신호와 무관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건너려 하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승합차 7만 원, 승용차 6만 원, 이륜차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벌점도 15점이다.
효과는 더딘 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우회전 교통사고 건수는 1만7,718건(잠정)이었다. 전년(1만8,018건)보다 1.7% 줄었을 뿐이다. 사망자는 104명에서 120명으로 외려 소폭 늘었다. 가장 큰 원인은 아직도 법 내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운전자들이 많다는 데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서경찰서 교통안전계가 실시한 단속에서 1시간 동안 위반차량 10대가 적발됐는데, 대부분 "법 내용을 잘 몰랐다"고 한다. 뒤차가 경적을 울려 떠밀리듯 주행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한 언론사 취재에서는 운전자 3명 중 1명만 우회전 일시 정지를 지켰다.
우회전 사고에는 도로 환경에도 원인이 있다. 교차로와 횡단보도 간 이격거리를 조금 넓히고 우회전 신호를 도입하는 등의 개선이 절실하다. 보행자들이 계속 쏟아져 안전에도 취약하고 운전에도 어려움을 겪는 ‘교통섬’도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개정법에 대한 적극적인 계도와 단속이 필요하다. 법 시행 1년이 되도록 “몰라서 못 지켰다”는 운전자들의 하소연은 경찰의 책임이기도 하다. 충분한 계도에도 헷갈린다면 그때 우회전 시 무조건 일시 정지 등 법을 단순 명료하게 바꾸는 것도 검토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