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100일을 훌쩍 넘었는데도,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 130여 명의 석방 협상에 좀처럼 진전이 없자 이스라엘 전시 내각 교체 요구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텔아비브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위한 조기 총선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의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취지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군의 자국민 오인 총격으로 사망한 인질 얄론 샴리즈(26)의 부친 아비 룰루 샴리즈도 이날 시위에 참가해 "네타냐후 총리의 전시 내각이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며 "이대로는 인질들이 모두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을 132명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인 노암 알론은 연단에 올라 "변화시키고 바꿀 수 있는 힘은 우리 손에 있다"며 "이 정부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중은 즉각 "지금"을 반복해 외치는 등 적극 호응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커지는 휴전 촉구 목소리를 개의치 않고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고강도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2만5,000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70%가 여성 및 어린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지난달 23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전화 통화를 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뜻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 등 전후 구상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이 강조해 온 '두 국가 해법'에 대해 공개적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