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전사 상주근무 직원(사무직)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 근무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재계 서열 5위 대기업이자 대표적 제조업 기업이 주 4일 근무제 카드를 꺼내자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 출산 의무 휴가, 기업 유연 근무제 등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에도 노동 정책 변화를 자극하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포스코는 22일부터 전사 상주 근무 직원(사무직)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2주 단위로 평균 주 40시간의 근로 시간을 채우면 2주 차에는 금요일에 쉴 수(주 4일 근무) 있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는 다음 달 2일 첫 금요일 휴무를 맞게 된다. 다만 24시간 고로(용광로)를 가동해야 하는 포항·광양 제철소의 생산직(7,000여 명)은 기존 4조 2교대를 유지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포스코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다.
이 밖에도 주요 기업들은 월 1, 2회 금요일 하루를 쉬게 해주거나 출근 시간을 늦추는 식으로 부분적 주 4일제, 혹은 주 4.5일제 근무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부터 월중휴무제를 적용해 필수 근무 시간을 채우면 매달 1회 휴무를 준다. 교대 근무를 하는 생산직 등을 뺀 직원들은 매월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쉴 수 있다. SK그룹도 주요 관계사에서 '해피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부분적 주 4일 근무제를 차례로 도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월 1회 지정한 금요일에, SK텔레콤은 매월 둘째·넷째주 금요일에 쉴 수 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는 월요일에 오후 1시 출근하게 하면서 주 4.5일 근무 효과를 보고 있다. CJ ENM은 매월 둘째·넷째주 금요일 업무용 PC를 종료하고 사무 공간 밖에서 자율적으로 자기 개발을 할 수 있게 '브레이크포이노베이션플러스'를 시행한다.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는 직원이 눈치 안 보고 월중휴무제를 적극 쓰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금요일에 휴가를 못 쓰면 다른 날로 옮겨서라도 휴무날은 챙기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근무 인원이 적고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주 40시간 근무도 모자라 야근까지 해야 겨우 생산성을 맞출 수 있는 공장 노동자나 일주일 내내 문을 열어야 하는 마트, 병원 등 일부 업태들은 온전한 주 4일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근로 시간 단축에 성공한 기업을 보면 직원별 업무를 어디까지 나누고 분담할지 꼼꼼하게 정리하려 했다"며 "주 4일제를 적용하기에 앞서 여러 지표들을 조사해 앞으로 생길 문제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 4일제를 적용했을 때 가장 먼저 인력난 문제가 생긴다"며 "이를 겪지 않게 업태마다 다양하게 변형된 모델을 적용하며 적절한 형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하는 시간을 줄일 때 임금까지 줄어들면 노동자들이 받기 힘들다"며 "임금은 유지하는 대신 중소기업에는 정부가 인건비 지원이나 세금 혜택을 주는 등 노사 양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산업계의 의견은 크게 나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생산 현장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보전해 주는 등의 합의가 선행돼야 주 4일제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 4일제 도입을 했거나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대체로 대기업 사무직 위주로 진행 중"이라며 "대·중소기업 격차가 크고 산업 생산 현장에서는 인력난도 해소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 4일제 도입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