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을 외치던 정부‧여당이 지난해 50조 원 넘는 세수 결손 사태에도 연일 감세안을 내놓고 있다. 야당은 뚜렷한 재원 확보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약 30조 원의 민생 대책을 꺼냈다. 일단 도입하면 되돌리기 힘든 감세‧지원책으로 세수 부족이 만성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나랏빚으로 메우면서 재정건전성마저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당초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정부가 폐지하기로 하면서 줄어드는 세수는 연간 1조5,000억 원이다.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동안 낮추기로 한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폐지 방침에도 그대로 인하한다. 지난해에도 하향 조정(0.23%→0.20%)했던 증권거래세 세율은 올해 0.18%에서 내년엔 0.15%로 낮아진다. 증권거래세 인하로 덜 걷히는 세수는 연평균 2조 원. 국회예산정책처는 증권거래세를 낮추면 지난해부터 5년간 10조1,491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민생을 표방하며 정부‧여당이 내놓은 다른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10억→50억 원)으로 약 7,000억 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 완화로 3,000억 원의 세금이 덜 걷힐 전망이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세액공제와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조치로 각각 1조 원, 1조5,000억 원의 법인세도 줄어든다.
최근 한 달 안에 발표한 정책만 살펴도 7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셈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시사한 상속세 완화와 원점 재검토 방침에 따라 개편 작업에 들어간 25조 원 안팎의 부담금까지 고려하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내건 정책도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발표한 저출생 종합 대책에는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 원(10년 만기)의 결혼·출산지원금 대출,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의 아동수당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소요 재원은 연간 28조 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 부담을 위주로 추진하겠다”(이개호 정책위의장)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내지 못했다.
줄어드는 세원과 늘어나는 정부 지출은 결국 ‘빚’으로 돌아온다. 이미 재정건전성은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세수 부족으로 크게 타격을 받은 상태다. 지난해 1~11월 49조4,000억 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집계 중인 12월분까지 더하면 50조 원을 넘길 공산이 크다. 국가채무는 1,109조5,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아 2년 연속 세수 펑크 가능성이 여전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세수도 정부 예측(367조4,000억 원)보다 6조 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침체된 민간 소비와 부진한 기업실적은 세수 여건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줄어든 세금을 어떻게 메울지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감세 드라이브는 결국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