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법리스크로 침체됐던 카카오가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분석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멀티모달언어모델(MLLM) '허니비(Honeybee)'를 공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카카오는 새 성장동력을 선보인 동시에 계열사 인사에도 속도를 내면서 쇄신 고삐를 당겼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플라자에서 연 '제5차 AI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자체 개발한 MLLM 오픈소스인 허니비를 직접 소개했다. AI 최고위 전략대화는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인들이 모여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멀티모달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복합정보 처리 AI'다. 이미지에 담긴 장면을 묘사하거나 이미지와 텍스트가 혼합된 콘텐츠에 대한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니비에 '농구 경기 중인 두 명의 선수' 이미지와 함께 '왼쪽 선수는 몇 번 우승했나요?'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허니비가 입력된 이미지 내용과 질문을 함께 이해하고 답을 내놓는다. 정 내정자는 "사용자의 일상생활에 (AI가)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 뭘까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정 내정자가 공식 석상에 데뷔하면서 AI 기술을 공개한 퍼포먼스에 관심이 쏠렸다. 카카오가 빅테크처럼 많은 양의 정보를 학습하는 파운데이션 AI 모델인 '코GPT 2.0'을 지난해 공개하기로 했지만 일정을 미루면서 기술력에 대한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 의장이 'AI를 공격적으로 대응하자'고 주문했던 만큼 카카오가 올해부터 AI 사업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카카오가 허니비를 개발자 플랫폼인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도 주목받았다. 현재 멀티모달 언어모델은 공개된 사례가 많지 않고 학습 방법의 자세한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 개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자초했던 카카오가 AI 기술 발전 부문에서 협업과 상생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정 내정자는 상생 가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과거 모바일 시대에서는 기업들이 각자 열심히 개발하면 승자가 나왔지만 AI는 기업 간 협업과 생태계의 발현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오픈AI 열풍 이후 우리 자체 언어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꼈고 네이버도 이런 책임감으로 같이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AI 산업이 미국 테크 기업에 종속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카카오 '사법리스크'의 진원지였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권기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장윤중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진 후 리더십 논란이 됐던 김성수, 이진수 각자 대표 체제를 바꾼 것이다. 카카오는 당분간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그룹 인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