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이겨" "매출 20% 올린다"...새 총리 응원 등에 업은 대만 TSMC는 자신감 넘친다

입력
2024.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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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위탁업체 TSMC 실적‧투자 전망 발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꼽히는 대만의 TSMC도 반도체 불황을 피하진 못했다. 2023년 연간 매출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꺾였고 연간 순이익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두 자릿수나 떨어졌다. 다만 4분기(10~12월) 시장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거라는 기대감도 키웠다. TSMC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로 올해 매출이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TSMC는 18일 대만 북부 신주에서 콘퍼런스콜을 갖고 지난해 4분기 매출 6,255억3,000만 대만달러(약 26조5,537억 원), 순이익 2,387억1,000만 대만달러(10조1,332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거의 같았지만 순이익은 19% 줄었다. 연간 실적 역시 매출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2조1,617억 대만달러(약 91조7,224억 원), 순이익은 14.4% 감소한 9,791억 대만달러(41조5,432억 원)에 그쳤다.

로이터는 글로벌 경제가 부진하면서 자동차부터 휴대폰, 서버까지 다양한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타격을 받아 TSMC의 이익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애초 지난해 3분기(7~9월) 실적 발표 당시 TSMC가 내놓은 실적 전망치나 증권 시장의 평균 예상치보다는 높았다.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바닥을 치고 반등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신호'(블룸버그)라는 기대가 나온다.



"인텔보다 기술 한 수 위... 올해 매출 20% 이상 늘 것"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3분기 생산을 시작한 3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칩의 매출 비중이 15%까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스마트폰(27%), 고성능컴퓨터(17%) 분야의 반도체 매출이 전 분기 대비 늘어난 배경으로 풀이된다. 차량용(13%) 반도체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했다. 반면 가전(-35%)과 사물인터넷(-29%), 기타(-16%)에 쓰이는 반도체 매출은 줄었다.

TSMC 경영진은 이날 행사 내내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탄탄한 매출 성장이 있을 것"이라며 "메모리를 뺀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 한 해 10%, 파운드리는 20% 커질 텐데 TSMC는 그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웬델 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TSMC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을 180억~188억 달러, 영업이익률 40~42%로 전망했다.

인텔과 펼치고 있는 기술 경쟁에도 우위를 자신했다. 웨이 CEO는 인텔이 올해 중 1.8나노미터급에 해당하는 '18A'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그들의 신기술 공정은 우리가 올해 도입할 N3P 공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며 "기술적 성숙도 면에서 TSMC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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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올해 예상 설비투자 규모를 280억~320억 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 새 공장 건립에 305억 달러를 투입했는데 올해에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전망이다. 최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는 TSMC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여기에 더해 선거 기간 반도체·인공지능(AI)·군수·보안·통신 등을 '5대 신뢰 산업'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TSMC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민진당과 라이칭더의 승리는 대만 정부의 반도체 중심 경제 성장 전략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류더인 TSMC 회장은 해외 생산 거점 확장에 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4나노 생산 라인은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독일 공장은 올 4분기쯤 건설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 회장은 6월 이사회를 끝으로 은퇴하며 후임으로는 웨이 CEO를 지목한 상태다.



이윤주 기자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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