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사령관 집무실 턴 공수처... 현직 장성 강제수사는 처음

입력
2024.01.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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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근 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 관련
박정훈 대령이 직권남용 고발한 사건

해병대 병사 순직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56·해사 44기) 해병대사령관(중장)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현직 장성급 장교(장군)가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 수사선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공수처는 18일 “진행 중인 사건(국방부와 군이 해병대 수사단장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 수사와 관련, 국방부와 해병대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거나 확보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 및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 내 사령관·부사령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16일부터 전날까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무실 및 자택,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압수한 증거 등을 검토한 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에서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에 가해진 외압 의혹을 밝히는 수사다. 김 사령관은 초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박 전 단장이 자신의 지시를 어겼다고 주장하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런 입장 전환 때문에 외압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군 사법제도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유 관리관 등은 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 상병 사망 경위를 수사하던 박 전 단장이 지난해 8월 2일 소속 부대장이었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는데, 유 관리관 등이 개입했고 같은 날 군검찰이 사건 서류 일체를 회수하고 박 전 단장을 항명 혐의로 입건했다는 내용이다. 박 전 단장 측은 이를 부당한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방부는 박 전 단장이 군검찰의 이첩 대기 명령을 어겼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김 사령관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박 전 단장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단장은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혐의 등(항명 및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공수처가 현직 장성을 상대로 처음 강제수사에 착수하기는 했지만, 조만간 공수처 지휘부의 공백 상태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 수사가 꾸준히 힘을 받을 수 있을까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20일자로 퇴임하고 여운국 차장의 임기도 이달 말 종료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급박한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책임자가 바뀌기 직전 새롭게 강제수사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공수처의 해병대 강제수사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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