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거래일 오르며 고환율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 사태와 홍해 리스크로 국제유가마저 출렁이고 있어 물가 상승압력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44.2원)보다 4.5원 내린 1,339.7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살펴보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추세다. 올해 들어 13거래일 중 상승 마감한 날은 10거래일에 달한다. 지난해 연말 1,280원대까지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빠른 상승 속도다.
환율이 최근 들어 급격히 오른 건 잇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탓이다. 홍해와 호르무즈해협 등에 군사작전이 잇따르자, 중동지역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대남 위협 발언으로 북한 리스크가 확대된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히 지정학적 위험은 잠잠하던 국제유가마저 뒤흔들고 있다. 국제 3대 원유 중 하나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달러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배럴당 95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해 연말 배럴당 약 68달러까지 급락한 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이다.
향후 상황은 밝지 않다. 영국 재무부는 중동 지역 전운 고조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천연가스 가격은 약 25%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주요국 경제 및 주요 가격지표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감산 조치, 이스라엘 사태 등으로 공급 차질이 계속되며 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환율과 고유가는 국내 물가에 직격탄이다. 국제유가가 높아지면 기업 제조원가가 오르면서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도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하향하고 있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상승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뒤 11월(3.3%)과 12월(3.2%) 연속 내렸다. 앞서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내다봤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아직 괜찮은 수준이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환율도 1,300원대 후반까지 오른다면 물가는 물론, 한국 경제 성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