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년보다 약 6,000억 원 줄어든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민간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고위험 차세대 기술 투자에 집중 지원한다. 특히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력이 큰 10대 기술을 뽑아 이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에서 'R&D 혁신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에너지 R&D 투자 전략 및 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국가 R&D 예산이 기업에 보조금처럼 관행적으로 주거나 혁신성이 낮은 기술 개발, 민간이 스스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R&D 제도 혁신을 위해 500여 명의 연구자를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올해 배정된 국가 R&D 예산은 26조5,000억 원으로 이 중 산업부 관련 예산은 약 19%인 5조802억 원이다.
이날 발표된 'R&D 4대 혁신 방향'은 △고위험 차세대 기술 지원 확대 △시장 성과 극대화 △수요자 중심 프로세스 △인재 양성 등이 뼈대다. 먼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모빌리티, 핵심소재, 첨단제조, 지능형 로봇, 항공·방산, 첨단바이오,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 신산업 등 11대 분야 R&D 프로젝트에 신규 예산의 70%를 집중 투입한다. 올해는 민관이 합쳐 2조 원(정부 1조3,000억 원)을 넣는다.
특히 실제 사업화 단계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실패 확률도 높지만 그만큼 중요한 '10대 게임체인저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약 1조 원 규모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추진한다. 이 같은 고난도 프로젝트 지원 비중은 지난해 1% 수준에 그쳤지만 2028년까지 10%까지 높일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든 무선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와이파워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합성 기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며 "업계 수요 조사를 통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핵심기술을 뽑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R&D 사업이 실제 사업화 성공까지 이어질 수 있게 프로젝트별 사업 규모도 100억 원 이상 대형 과제 위주로 바꾼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57개에 그쳤던 100억 원 이상 대형 과제를 160개로 늘릴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규모 기술 과제가 각각 쪼개져 사업이 끝나지 않고 마지막에 대형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게 목표가 명확한 대형·장기 투자 체계로 재편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인재 양성을 위해 현재 세 곳인 반도체 분야 첨단 산업 특성화 대학원을 올해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 산업에 걸쳐 총 11곳으로 늘리는 등 고급 인재 육성에도 공을 들인다.
안 장관은 "고위험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해 민간의 도전적 투자를 견인할 것"이라며 "기업·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R&D 시스템으로 확 바꾸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