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 '불똥'에… 광주 정율성 기념사업 축소

입력
2024.01.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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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와 광주 남구가 지난해 이념 논쟁에 휘말렸던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과 관련한 기념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매년 개최해 오던 정율성 음악축제와 동요제 예산을 올해엔 편성하지 않았다고 18일 밝혔다. 광주시는 본예산 수립 과정에서 음악축제 개최비 2억8,400만 원을 반영하려 했으나 광주시의회와 논의 끝에 예산을 삭감했다. 정율성 음악축제는 한중 우호와 문화관광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광주 남구가 2005년 처음 개최했으나 2007년부터 광주시가 직접 주최하면서 매년 2억~4억 원 예산을 지원해 왔다. 정율성 음악축제는 성악 콩쿠르, 정율성 음악제, 해외 교류 공연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중 중국 현지에서 열리는 교류 공연은 광주시 자매결연 도시인 중국 광저우와 하얼빈 등에서 주로 열렸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율성 음악축제 사업을 재검토하자는 내부 의견이 제기돼 올해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며 "향후 사업 타당성 등을 검토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도 정율성 생가로 알려진 양림동에서 추진하던 '정율성 전시관' 조성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남구는 당초 사업비 2억5,000만 원을 들여 정율성 생가 인근 땅을 매입한 뒤 정율성 전시관을 조성하려고 했으나 최근 사업 명칭을 '양림 문학관'으로 바꿨다. 남구는 이에 따라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사업 내용도 모두 바꿨다.

그러나 광주시는 이념 논쟁의 소재로 쓰였던 정율성 역사공원은 상반기 중 준공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동구 불로동 878㎡ 부지에 예산 48억 원을 들여 정율성 이름을 딴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지난해 8월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율성은 공산당 나팔수"라며 광주시의 사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념 논쟁 대상이 됐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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