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실소유주 이정훈, 1200억 대 사기 혐의 2심도 '무죄'

입력
2024.01.18 15:49
법원 "민사상 문제일 뿐" 판단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1,2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에서 연속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의장에게 18일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을 속여 계약금 약 1억 700만 달러(기소 시점 기준 1,212억)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을 속일 목적으로 꼬드겨 거액을 가로챈 것으로 봤다.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에게 '빗썸에 BXA코인을 상장하고 판매한 대금으로, 빗썸 모회사인 빗썸홀딩스를 인수하고 공동 경영을 하자"고 제안했고, 김 회장이를 믿고 계약금을 줬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을 고의적으로 속였는지를 판단하는 게 재판의 쟁점이었다. 1심 판단은 무죄였다. 이 전 의장이 BXA코인 상장을 확약했거나, 상장한 코인을 판매해 인수 대금으로 쓰겠다고 확약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이 전 의장의 말만 믿고 착오에 빠질 만큼 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보력이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 전 의장에게 재차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의장은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은 반면 김 회장은 경제적 손실을 당했고, 김 회장이 개인 자산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계약을 하려고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것이 안쓰럽긴 하지만 김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전 의장과 김 회장의 사회적 지위와 계약 체결 경위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주장하는 코인 상장 여부 등 사정들은 민사상 책임으로 고려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이 입은 손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으나, 형사상 사기죄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이라고 판단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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