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2017~2021년)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5년생존율은 72.1%다. 내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던 2008년의 경우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5년생존율은 65.5%였다. 10여 년 사이 5년생존율이 6.6% 높아진 것이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완치 후 생존하는 암 경험자가 243만4,089명이다. '완치' 기준으로 삼는 5년을 초과해 살고 있는 사람이 148만9,536명으로 60.7%를 차지한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암' 하면 저절로 죽음을 떠올리는 때가 있었다. "암 선고를 받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대장암 3기라는 말을 의료진에게 듣는 순간 나도 그랬다. 그런데 어느덧 15년 5개월이 흘렀고 암 재발 없이 잘 살고 있다.
13년째 운영 중인 웃음치유 커뮤니티가 있는데, 지난 연말 송년회에서 70대 초반의 유방암 경험자가 이런 말을 했다. "암 2년 차에 처음 모임에 나왔는데, 5년 완치 축하 케이크를 받는 회원들을 보며 '난 살아서 저 케이크를 받을 수 있을까' 부러웠어요. 그런데 나도 벌써 10년이 됐네요."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암 경험자들도 격하게 공감했다.
우리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8.1%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새로 암 진단을 받는다. 암은 우리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의 질병이지만, 암 진단을 받았다고 곧바로 죽음을 떠올려야 할 이유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암 경험자들에게 더 중요해진 게 '병원 밖' 삶의 질 관리라고 생각한다. 의학의 비약적 발전 덕분에 암에 걸리고도 살 수 있는 기간이 크게 늘었지만 암 경험자들이 치료 중 혹은 치료 후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병원 치료가 끝나면 암 경험자들은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일상에서 암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암 치료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하고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 근심 걱정을 없애기 위해 마음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나쁜 생활습관을 바꾸라는 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자신의 투병 경험을 후배 암 환자와 긍정적으로 나누려는 이들이 많다. 투병 체험을 책으로 쓰거나 치유 프로그램, 상담 등 환우회 활동을 통해 의료진이 해줄 수 없는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많다. 늘 부족함을 느끼지만 나도 그런 일을 소명으로 삼아 상담, 코칭, 치유 프로그램 기획 등을 10년 이상 해오고 있다.
켈리 터너라는 통합 종양학 연구자가 난치성 암을 이긴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뽑아낸 10가지 치유 요소가 있다. △운동 △영적 연결 강화하기 △자신의 건강 주도적으로 다루기 △긍정적 감정 키우기 △자신의 직관을 따르기 △억눌린 감정 풀어주기 △식단의 근본적 변화 △허브와 건강 보조제 사용 △살아야 할 강력한 이유 찾기 △사회적 지지 받아들이기다.
15년 전 암을 이기기 위해 내가 시도했던 것들과 거의 비슷하다. 평소에 어떻게 삶의 질 관리를 하면 좋을지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암 경험자들에게 권하는 실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