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한 삼성전자가 이 시리즈에 첫 적용된 '갤럭시 AI'를 연내 갤럭시S23과 갤럭시Z플립·폴드5 등에도 적용하겠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갤럭시 AI는 '온디바이스(On device·내장형) AI'와 '클라우드(가상서버) 기반 AI'를 결합해 모바일에 최적화한 '삼성표 AI'다. 이를 올해 출시되는 스마트폰 신제품뿐 아니라 작년 출시된 스마트폰까지 탑재해 AI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갤럭시S24 공개 행사(갤럭시 언팩 2024)를 마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 출시한 주력 모델은 상반기 내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서 갤럭시 AI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폴드5, 태블릿 갤럭시탭S9가 갤럭시 AI 지원 대상에 해당된다. 노 사장은 "이를 통해 올해 약 1억 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제공, 모바일 AI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출시된 제품 중에서도 일부 모델의 갤럭시 AI 지원만 약속한 이유는 갤럭시 AI 구동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성능이 뒷받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의 두뇌로 통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이 AI를 구동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노 사장은 "(구형 제품에 갤럭시 AI를 집어넣더라도) 갤럭시S24에서 이용 가능한 기능을 100% 작동하기는 어렵다"며 "대략 80~90%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부진에 빠진 가운데 등장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 자리를 애플에 빼앗겼다. 삼성전자가 판매량 측면에서 다른 업체에 밀린 건 13년 만으로, "삼성전자의 위기"란 평가가 퍼졌다.
노 사장 역시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삼성전자의 강점은 전 세계에, 전체 계층이 원하는 (다양한 가격대와 성능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그런 강점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전체 시장 규모는 성장이 정체된 반면, 비싸고 성능이 좋은 이른바 프리미엄 시장 부문만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 사장은 "제품 라인업부터 마케팅 전략, 제품 자체의 경쟁력까지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다시 잘 갖춰서 빠르게 회복하겠다"고 했다.
AI 기능을 앞세운 갤럭시S24가 스마트폰 사업의 재도약을 이끌어줄 것이란 기대도 크다. 노 사장은 "갤럭시S24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자체 AI 기술과 (구글 등) 핵심 협력사들의 AI 기술을 합쳐 모바일에 가장 최적화한 AI를 구현해냈다"고 자신하며 "갤럭시S23 대비 두 자릿수의 판매 성장률이 목표"라고 했다. 노 사장은 '갤럭시S24는 그냥 스마트폰이 아닌 AI폰인 만큼 원점에서부터 경쟁을 다시 시작해 애플을 꺾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짧게 답하며 자신감을 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언팩 말미 스마트반지 '갤럭시 링'의 이미지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갤럭시 링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갤럭시 링은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춘 반지 형태 스마트 기기다.
노 사장은 "디지털 헬스(건강) 혁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 상태를 24시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스마트워치보다 편하고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반지라는 '폼팩터(기기 형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갤럭시 링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헬스를 완성시켜 줄 것"이라며 "올해 내로 출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