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개혁 더 이상 못 미뤄… 의협, 의대 증원 숫자 내라"

입력
2024.01.17 18:00
복지부 "350명 증원은 부족... 시민 의견과 괴리"
"의협 내부 의견 모아 구체적 근거 제시 바란다"
의협 "정부의 일방적 공문 발송 유감·신뢰 하락"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의협도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제시하라고 압박했고, 의협은 정부가 그간의 협상을 무시하고 일방적 요구로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7일 서울 중구에서 개최된 제25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는 복지부가 15일 의협에 발송한 공문을 두고 양측 대립이 이어졌다. 공문엔 의협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근거, 현재 의료 현실에 대한 대책을 답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의협은 일방적인 공문 발송은 협상 당사자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유감을 표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은 "그간 밤샘, 끝장 토론을 통해서라도 협의체 내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했지만, 복지부는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 증원 규모를 물었다"며 "이는 협의체 신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할 것을 재차 요청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증원 규모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묻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정책관은 "의협이 협의체 안에선 객관적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하자고 한 만큼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 소비자단체, 지자체 등 각계에선 의대 정원을 2,000명에서 6,000명까지 증원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의협도 그간 내부에서 모아진 의견과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정 정책관은 "최근 의료현실을 보면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대입 일정에 늦지 않게 정원을 확정하기 위해서라도 의협이 의견을 미리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압박했다. 복지부는 올해 치러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증원된 의대 정원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앞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적정 증원 규모를 350명 정도로 산정한 것을 두고는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정책관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정원을 복원한다는 것 외에 다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의대협회는 의대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될 거라 우려하지만, 지난 20년간 GDP가 3배가량 커졌는데 그동안 의대 교육 역량만 제자리걸음이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협회가 제안한 숫자는 각 의대가 밝힌 증원 가능 규모(최소 2,100명, 최대 3,900명)에도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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