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개장 2년 되도록 허허벌판… 선사유적 박물관 건립 약속은 언제쯤

입력
2024.01.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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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개발 과정서 선사유적 1만여점 출토
선사유적박물관·공원 약속했으나 ‘첫 삽’ 못 떠
중도개발공사 ”상업시설 부지 매각 자금 마련“

지난 16일 오후 찾은 강원 춘천시 하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주차장 옆 부지. 계획대로라면 청동기와 원삼국시대(기원전후부터 2세기까지 초기 철기시대) 유물 1만여 점을 보유한 유적박물관과 공원이 조성됐어야 하지만 아직 허허벌판이다. 철제 펜스가 둘러진 유적공원 예정부지엔 유물보존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깃발만 펄럭일 뿐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벌판 뒤에 홀로 서 있는 레고랜드는 외로워 보였다.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문을 연 지 2년이 돼 가도록 조건부 허가 조건인 중도 유적박물관과 유적공원이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21일 강원도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설립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테마파크 인근 부지에 지상 1층 규모 유적박물관(1,630㎡)과 환호(취락을 감싸는 형태의 도랑), 고인돌 등을 복원한 유적공원(9만3,500㎡)을 조성키로 약속하고 문화재청으로부터 지난 2020년 6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를 통해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출토된 유물 1만2,000여 점 등을 보존키로 하면서 레고랜드 공사가 재개돼 지난 2022년 5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당초 공언했던 2020년 말 착공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레고랜드가 개장한 지 19개월이 넘도록 유적박물관이 공사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도개발공사가 사업비 288억 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개발공사는 강원도의회에 보고한 문서에서 “국비 확보를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유적박물관을 직접 추진할 경우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사실상 두 손을 든 상황이다. 레고랜드 개장 후 민간업체가 추진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관심을 보인 기업은 없었다.

이로 인해 토기를 비롯한 소형 문화재 수천 점은 국립춘천박물관 수장고에서 최대 9년 가까이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운송이 불가능했던 고인돌 44기는 하중도 임시 비닐하우스에 보관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복원이 필요한 환호는 아직 땅속에 묻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약속한 행정절차가 오랜 기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초 중도개발공사의 대주주인 강원도 지휘부를 만나 대책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도개발공사가 약속한 내년 9월 완공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유일한 자금줄인 레고랜드 인근 부지 매각에 속도가 나지 않는 탓이다. 실제 중도개발공사는 12개 필지(41만7,600여 ㎡)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9개 필지(36만여 ㎡) 부지에 상가시설과 생활형숙박시설을 추진하기 위한 토지계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건축 인허가 등이 마무리되지 않아 대금 완납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측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건의 상가시설 인허가를 통해 730여억 원을 마련하는 데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김남균 중도개발공사 경영본부장은 “현재 유적박물관과 공원 착공을 위한 실시설계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상반기 중 자금이 들어오면 곧장 박물관을 착공할 수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토지를 담보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춘천=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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