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이번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이라며 날을 세웠다. 흉기 피습 후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이 대표는 경제도, 안보도 민생도 더 나빠졌고, 비정상의 나라로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모두 발언의 절반 이상이 윤석열 정부 비판이다. 정작 사당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당내 문제와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거나 공허한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이 국민 다수의 여망인 혁신 경쟁에 뛰어들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인재영입식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의원의 탈당을 언급하면서 “통합에 많은 노력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은 떠밀리듯이 성사돼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에 그쳤고, ‘원칙과상식’의 비명계 의원이 요구한 통합비대위에 대해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상황이니 이 대표의 “많은 노력”이 뭘 말하는지 의아하다.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약속했으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 ‘딴 세상’ 얘기를 하는 듯하다.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불거지고 있는 ‘자객 공천’시비는 무엇인가. 책임을 갖고 주도해야 할 비례대표 선거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으니 다수당 대표의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선거제 문제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 정책제안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수동적인 반박 외엔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게 민주당 현실이다. 총선은 정권과 권력에 대한 심판만이 아니라 각 당이 가진 비전과 혁신 방안을 놓고 겨루는 한마당이다. 입법 독주로 존재감을 과시해온 민주당이 기득권과 정치공학에 안주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부자 몸 조심하듯 당과 정치 혁신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경우 국민의 심판을 면키 어렵다. 다수당 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와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