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개 중 4개는 내년(2025년)쯤에야 중국 내수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 및 중국한국상회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 217개를 대상으로 기업 경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국 현지의 내수 전망에 대해 '2024년 이후에 개선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9.6%로 가장 많았다. 약 40%의 기업이 2025년에야 중국 현지 내수 부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 것. 이어 '현재 내수가 부진하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개선이 기대된다' 27.6%, '현시점에서 내수 부진의 영향이 크지 않다' 20.3% 등 순이었다. '2024년 상반기부터 점차적인 개선이 기대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경영 애로 사항 조사 결과 제조업은 현지 수요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이 다른 업종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화학 업종은 현지 수요 부진과 현지 업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어려움을, 섬유의류·전기전자 업종은 수출 부진, 금속기계 등은 인력 및 인건비 문제를 토로했다. 반면 유통업은 수출 부진에 따른 어려움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중국 경기 못지않게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 밀리는 것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 현지 업체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중국 시장 점유율이 줄어든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공장 한 곳을 판 데 이어 2년 만인 지난해 말 충칭 공장도 팔았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대부분의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현지 기업들의 역량이 상당히 올라오면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 내수 시장이 아닌 동남아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반도체는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특히 자동차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현지 진출 우리나라 기업들은 올해 매출 전망은 전년도(2023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발표된 올해 매출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121로 전년도(107)보다 14포인트 올랐다. BSI는 100을 기준선으로 이보다 낮을 경우 부정적 응답이 많다는 것을, 높을 경우 긍정적 응답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125)의 매출 전망 BSI가 125로 2년 연속 올랐으며 중소기업의 매출전망 BSI 또한 121로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제조업에서는 전기전자(135), 자동차(135), 금속기계(133) 등 업종에서 100을 상당폭 웃돌았으며 화학(107)도 3년 만에 100을 다시 뛰어넘었다. 섬유의류(103) 역시 전년도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었으나 100을 웃돌면서 낙관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