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줄 알았던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스라엘 내부 분열 불렀다

입력
2024.01.17 20:00
"하마스, 몇 주 만의 최대 규모 포격"
"병력 철수는 중대 실수" 우파 반발
저강도 전투 전환 시점에 내각 분열
가자지구 어린이 사망자 1만 명 넘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다시 공격의 기지개를 켰다. 16일(현지시간) 최소 25발의 로켓포를 이스라엘 남부로 쏘아 올리면서다. '하마스의 힘이 빠졌다'고 판단, 저강도 군사작전으로 전환하려던 이스라엘은 허가 찔린 셈이다.

당장 이스라엘 내부에서 "가자지구 병력 철수는 중대한 실수"였다는 극우 진영 목소리가 커졌다.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둘러싼 이견까지 노출되면서 이스라엘은 내홍에 휩싸였다.

"하마스, 몇 주 만의 최대 규모 포격"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가자지구 국경에서 약 10㎞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도시 네티봇에 최소 25발의 로켓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50발 이상의 로켓이 날아왔다고 네티봇 당국을 인용해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군사작전이 석 달 넘게 계속되면서 최근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뜸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몇 주 만의 최대 규모 포격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약 일주일 만에 하마스가 시도한 반격이라 이스라엘의 충격이 컸다.

익명의 하마스 관계자는 "이번 네티봇 공격은 이스라엘의 전략이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며 "(하마스 섬멸이라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환상으로 판명됐다"고 NYT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마스는 수개월 동안 계속 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쟁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둔화된 하마스의 공격은 전략적 결정일 뿐이지 무기고가 고갈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마스는 통제력을 잃고 남쪽으로 도망쳤다'던 이스라엘의 공언은 무색해졌다. 하마스 섬멸은커녕 여전히 건재함만 확인됐기 때문이다. TOI에 따르면 이번 로켓은 15일 IDF 36사단이 철수한 가자지구 중부 지역에서 발사됐다고 군 소식통이 전했다. 야코프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계속되는 로켓 발사는 우리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직도 우리가 청소해야 할 지역이 있다"고 NYT에 말했다.



"병력 철수는 실수" 이스라엘 극우 반발

이스라엘 우파 진영은 '저강도로 전환한 전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성명을 통해 "(병력 철수는) 중대하고 심각한 실수"라고 공격했다.

가자지구의 미래를 둘러싼 이스라엘 내 갈등도 다시 불거졌다. 벤 그비르 장관은 "(이번 로켓 공격으로) 가자지구 점령이 전쟁 목표(하마스 섬멸)를 달성하는 데 필수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온건파로 분류되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5일 "전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통치해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꾸려진 전시내각 안의 분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자지구 어린이 희생 1만 명 넘어

휴전 논의는 고사하고 이스라엘 전시내각 내 분열상만 초래된 가운데 가자지구 희생자 수는 2만4,000명을 넘어섰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16일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는 최소 2만4,285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어린이는 1만600명에 달했다. "21세기 벌어진 전쟁 중 최악의 사망률"이라고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의 85% 이상이 난민 신세가 됐다.

이스라엘 피란민들의 귀환 역시 먼 얘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와 접경한 이스라엘 남부 주민 대표들과 만나 "현재 분석에 따르면 전쟁은 2025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