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가 4월 총선에 등판시킬 600명의 예비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대부분 끝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되레 편향성 논란에 시달리며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비아냥까지 듣게 된 원인을 짚었다.
시작은 정의찬 당대표 특보 논란이었다. 정 특보는 과거 학생운동 시절 일반인을 경찰 프락치로 오인해 살해한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증위는 정 특보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려 논란을 자초했다. 검증위는 곧장 “업무상 실수”를 인정하며 하루 만에 ‘부적격’으로 번복했다. 첫 단추부터 이 대표 사천 의구심이 증폭된 셈이다. 여기에 비이재명(비명)계인 △김윤식 전 시흥시장 △최성 전 고양시장 △전병헌 전 의원 등이 잇따라 ‘부적격’ 판정을 받아 논란은 확산됐다.
이재명 대표 본인을 포함한 사법리스크 연루자들에 대한 ‘적격’ 판정으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현 정권의 탄압이라고 민주당은 주장하지만,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 재임시절부터 제기된 배임·뇌물·위증교사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이 인정돼 당선무효형인 징역 3년을 받은 황운하 의원과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까지 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2020년 총선 당시 ‘미투 논란’으로 21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까지 검증을 통과하자 당 내부에서조차 "기준이 무엇이냐"는 얘기가 나왔다.
검증위 판단 기준은 당헌·당규에 따라 마련된 ‘22대 국회의원 선거후보자선출규정(공천룰)’이다. 공천룰엔 부적격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김윤식 전 시장은 신청자 중 유일하게 지난 공천 탈락 이후 당에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점이 경선불복에 해당했고, 최 전 시장과 전 전 의원은 각각 당정협력 일절 불응·뇌물 혐의 확정 판결이 부적격 사유에 해당했다.
문제는 적격 판정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공천룰을 마련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적용된 부적격 항목인 ‘하급심 유죄’를 삭제했다. 지난 4년간 1·2심에서 유죄를 받아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적격’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황 의원은 21대 총선 기준으로는 ‘부적격’이다. 이에 대해 검증위 관계자는 "'적격'이라고 하더라도 논란이 된 인물들 대부분은 공관위에 '정밀 심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도입 취지와 달리 논란만 거세지자, 검증 기준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공천은 공관위가 책임지고 검증위 판정은 예비후보 등록 자격에 불과하지만, 국민적 시각에선 ‘적격’을 받은 예비후보자들이 ‘민주당 공천자’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과거 검증위에서 활동한 한 중진 의원은 "공천에선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른 목적으로 예비후보 자격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검증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검증위가 없는 국민의힘의 경우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지만 멀쩡히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례도 있다.
검증위 구성부터 계파 갈등에서 자유로운 인사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증위에 참여한 현역 의원 중 김병기 위원장을 비롯해, 김윤덕·강선우 의원까지 모두 친명계 인사로 분류된다. 아무리 검증이 공정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인적 구성에서 비롯된 태생적 한계로 인해 불공정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총선 당시 검증위 간사를 지낸 진성준 의원은 "부적격 판정의 경우 개인정보로 인해 부적격 사유를 공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신청 시점에 이의 제기 시 부적격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검증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