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배우 정우성이 11년 만에 선택한 멜로 드라마다. 그는 큰 애정을 품은 이 작품을 위해 금주까지 결심했다. 차진우의 얼굴에서 피로감을 벗겨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차진우가 설정 이상으로 어려 보이거나 예뻐 보이길 원하진 않았단다. 작품에 대한 정우성의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정우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다. 눈빛을 언어 삼아, 표정을 고백 삼아 사랑을 완성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정우성은 차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자극적 콘텐츠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흥행 공식을 따랐다고 보긴 어렵다. 작품은 클래식 멜로의 진수를 보여줬고 곱씹을수록 깊은 여운이 남는 장면들을 담아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팀에게는 시선을 잡아끄는 자극성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정우성은 "회의를 할 때도 그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어울리는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다. '좀 더 자극적이고 재밌는 요소가 있어야 하지 않아?'라는 고민보다는 '사랑한다고 말해줘'스러운지 아닌지에 대한 회의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관련해 동료들의 동의가 중요했다고 밝혔다. "동료 배우의 동의, 연출자의 동의, 그 방향이 옳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현장에서 촬영에 임하는 스태프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그런 것들이 있었기에 좋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게 정우성의 설명이다. "소유냐 소비냐의 문제인 듯해요. 드라마가 소비되고 빨리 잊히는지, 시간이 걸려도 계속 볼 수 있는지죠. 저는 후자를 선호하는 성향인 듯해요. 물론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가 주는 삶의 에너지도 있죠. 모두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차진우 역을 소화하는 것과 관련해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진우 역을 다른 배우한테 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했다. 내가 하면 차진우의 나이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차진우에게 맞는 정모은(신현빈)을 선택하는데도 나이 차이를 고려해야 하니 제한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제작에 들어갔다면 (내가) 제작만 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연기력을 가진 정우성이 차진우를 소화한 덕에 시청자들은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더욱 빠져들게 됐다.
그는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위해 금주까지 했다. 정우성은 "전작들은 스트레스가 표현돼야 했다. 삶의 피로감이 캐릭터에 도움 됐다. 계속하면서 누적된 피로감이 있을 거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처음 촬영하는데 부담스러운 피로감이 차진우의 얼굴에 있더라. '큰일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일이 뭘까' 했다"고 밝혔다. 정우성이 내린 결론은 금주였다. 그는 "'누적된 피로는 벗겨내기 힘들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지금 설정돼 있는 차진우에서 더 어려 보이거나 예뻐 보이는 작업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연출도 동의했다. 머리스타일도 자연스럽게 했다. 이 장르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우성이 바라본 멜로 파트너 신현빈은 믿음직하면서 무게감 있는 배우였다. 정우성은 신현빈과 관련해 "진지하고 담백했다. '트렌드보다는 스스로를 찾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신현빈이 작품에 임하는 자세, 깊은 이해력이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전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이 11년 만에 선택한 멜로라는 점에서도 시선을 모아 왔다. 이후에는 그에게 로맨스를 기대하기 어려울까. 정우성은 "그건 아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에 어울리는 로맨스를 찾아야 할 거다"라고 답해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을 즐기는 중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큰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서울의 봄'은 천만 영화가 됐다. 그는 "('서울의 봄'은) 시대가 선택해 준 거다. 어제 마지막 감사 무대 인사 돌면서 농담으로 '새내기 천만 배우'라고 인사 드렸다. 내가 천만 한 게 아니라 영화가 천만 한 거다"라며 겸손한 마음을 내비쳤다. 1994년 데뷔해 열심히 달려온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그동안 지치지 않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잘 버텼다고 생각해요.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