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닦을 때나 써야겠네"... 정부 '비계 삼겹살' 매뉴얼 있으나마나

입력
2024.01.16 20:00
정부 9일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 재배포
삼겹살 1㎝, 오겹살 1.5㎝ 이하 지방 제거
13일 '기름덩어리' 삼겹살 구매 후기 논란
구매자 "위, 정상 삼겹살… 판매자 눈속임"

정부의 비곗덩어리 삼겹살 유통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배포에도 여전히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유명 소셜커머스에서 구이용 삼겹살 1㎏을 할인가 1만4,900원에 샀는데 기름덩어리만 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농협의 브랜드 한돈 삼겹살 세 줄 대부분이 비계 부위로 이뤄져 있었다. 작성자는 "위에는 정상적인 삼겹살이, 아랫부분엔 비계로 가득한 삼겹살을 깔아 눈속임을 했다"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노했다.

누리꾼들은 "불판 닦을 때나 써야겠네" "고기가 아니라 기름을 돈주고 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누리꾼도 많았다. "온라인으로 저렴한 고기를 사면 일반적으로 저렇다", "상품성 없는 고기를 괜찮은 고기로 덮어 속여 파는 판매자가 널렸다" 등의 반응도 나왔다.

'비곗덩어리 삼겹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3월 3일 '삼겹살데이' 당시 일부 유통업체가 판매한 삼겹살이 비계가 대부분이어서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배포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한 시민이 인천 미추홀구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비계가 가득한 삼겹살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재점화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육가공협회와 대형마트 등 축산업 관계자들에게 매뉴얼을 재차 배포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소포장 삼겹살은 1㎝ 이하, 오겹살은 1.5㎝ 이하로 지방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지방이 너무 많은 부위는 폐기를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매뉴얼에는 도매로 들여오는 원물 삼겹살과 소매로 판매되는 소포장 삼겹살의 지방 제거 방법도 자세히 나와 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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