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58)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3년 동안 유죄 판결 및 구속영장 발부를 한 건도 받지 못한 채 퇴임한다. 김 처장은 '빈손 퇴임'을 하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자신의 성과와 상관없이) 공수처는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1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공수처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동안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 공수처 설립이 있었다는 건 (공수처가) 필요한 조직임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출범 3년이 지난 공수처가 기대와 달리 수사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그는 “구구절절 말하기보단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사실관계나 내부 사정에 대한 오해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 △사건의 민감성 △인력 제한 △수사인력의 신분 불안정성 등을 꼽았다. 그는 “고위공직자 뇌물 등 심각한 사건을 맡다 보니 중압감이 있다”며 “수사 여건도 좋지 않고 3년 임기에 연임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또 “내부에서 관리가 잘 안 된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공수처의) 구조가 그런 걸 만드는 것도 틀림없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것(구조 개선의 필요성)도 주목을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3년간 이룬 성과를 묻는 질문에 김 처장은 “공은 없다고 보실 것 같지만 그럴 리가 있겠냐”고 반문하며 “공수처가 존재함으로써 정부부처 등 다른 기관, 특히 수사기관들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임기 동안 공수처의 △인적 △물적 △규범적 △시스템적 기반이 일정 부분 갖춰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김 처장이 성과가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음에도, '초대 공수처장 김진욱'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평가는 매우 박한 편이다. 검사·법관·고위경찰관 등 권력자의 비위를 주로 수사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란 큰 기대를 받고 출범했지만, 출범 초기부터 권력에 유독 약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문재인 정부 검찰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의 ‘황제 소환’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처장은 2021년 3월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 고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로 몰래 불렀는데, 출입기록이나 조서도 남기지 않았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할 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수사한다는 외관도 중요하다”면서 “공수처 출범 초기부터 처장이 친정권 성향을 드러내 이후 모든 공수처 수사에 선입견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미흡한 수사 경험도 공수처가 안착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특별검사팀에 수사관으로 참여한 것이 김 처장의 유일한 수사 경험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꼭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공수처처럼 소규모 별동대 수사 조직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면서 "김 처장은 그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고, 국회에 출석해 공수처 차장과 차기 공수처장의 인선 문제를 논의하는 문자메시지를 노출하는 등, 개인적인 논란도 있었다.
2021년 1월 취임한 김 처장은 19일 퇴임식을 갖고, 20일 3년 임기를 마친다. 그의 퇴임식은 공수처 직원들만 참석하는 비공개 행사로 진행된다. 공공기관장 퇴임식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건 매우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