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바이오 연구개발 '산실' 될 바이오 파운드리 만든다

입력
2024.01.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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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합성, 세포 개량 등 자동화 
공공 인프라로 R&D 역량 집대성
5년간 1200억 투입... 2027년 건립

생명과학과 공학의 개념을 융합한 신흥 바이오 산업을 이끌 대형 연구개발(R&D) 인프라, 일명 '바이오 파운드리'가 정부 주도로 구축된다. 정부는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 설립을 통해 바이오 기술 혁신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바이오 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사업 기간은 5년(2025~29년)으로, 총사업비 1,26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합성생물학의 결과물을 만드는 핵심 인프라다.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적용한 융합 학문으로, 유전자(DNA)·단백질·세포 등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설계하거나 제작하는 기술이다. 스마트 치료, 재생 에너지 등 응용 산업 분야도 다양하다. 미국·영국·중국 등 세계 주요 나라는 합성생물학을 전략기술로 채택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도 2022년 국가전략기술의 세부중점기술로 합성생물학을 선정하고,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 파운드리 확보에 나섰다.

바이오 분야의 '파운드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쓰이는 용어처럼 특정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연구에 필요한 과정을 자동화·고속화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로봇 기술 등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바이오 파운드리는 반도체 파운드리 같은 제조시설이 아니라 R&D 시설"이라면서 "DNA를 합성·조립해 단백질을 생산하거나, 세포 개량 등을 하는데 파운드리가 없으면 실험실에서 연구자들이 피펫(액체를 빨아들이는 도구)으로 오랜 기간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과정을 자동화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이 당연히 뒤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 주도로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하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민간 파운드리와 달리 국내 다양한 학계와 산업계 연구자들이 참여해 연구 역량을 집대성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연구 과정 자동화로 사업화 기간도 단축돼 국가적으로 합성생물학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파운드리 전용 센터는 2027년 완공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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