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실패 딛고...갤럭시S24, 삼성 자체 개발 '두뇌' 다시 심었다

입력
2024.01.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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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24, 퀄컴·삼성 AP 병행 탑재
삼성 시스템반도체 성장 전기 될 듯
'울트라' 모델 삼성 아닌 퀄컴 AP 사용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독립에 재도전한다.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개한 '갤럭시S24' 시리즈의 AP로 퀄컴의 최신형 스냅드래곤과 함께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하면서다.

엑시노스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키우려는 삼성전자가 가장 공들이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선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쪽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삼성전자는 2022년 엑시노스를 넣은 갤럭시S22가 발열 등 문제를 일으키자 지난해 내놓은 갤럭시S23 시리즈엔 엑시노스 탑재를 포기했었다. 엑시노스 2400은 2년 전 뼈아픈 실패를 딛고 절치부심한 결과물이다. 이 제품의 성공은 그래서 삼성전자에 중요하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땐, 스마트폰 전량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날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구동 성능' 확 끌어올려 돌아온 엑시노스

이날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24 시리즈는 스마트폰 가동을 위한 핵심 부품인 AP로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400을 병용한다. 국내 판매 제품의 경우 기본·플러스 모델에 전량 엑시노스 2400이 들어가는 등 지역별로 탑재 제품을 다르게 가져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고 성능·최고가 모델인 울트라엔 지역과 관계없이 퀄컴 AP만 쓰인다.

엑시노스 2400은 삼성전자 LSI시스템 사업부가 개발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직전 양산 제품이자 갤럭시S22에 탑재됐던 엑시노스 2200보다 인공지능(AI) 구동 성능이 14.7배나 향상된 게 특징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1.7배 개선됐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AMD와 협력해 '리플렉션·섀도 렌더링(빛의 반사 효과나 그림자 경계를 현실과 유사하게 표현하는 기법)' 등 첨단 그래픽 기술을 탑재했다. 이에 따라 "고성능 게임 구동 시 몰입감이 극대화할 것"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엑시노스 성공의 키"

엑시노스는 2년 전 갤럭시S22 발열 논란으로 위기에 처했다. 그 결과 갤럭시S23은 AP 전량을 퀄컴에 의존해야 했고, 지난해 삼성전자 AP 구매 비용(약 9조3,130억 원)은 전년 대비 50% 늘었다. 제품 원가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개한 갤럭시S24 시리즈 세 모델 중 울트라의 국내 출고가만 작년 출시 제품 대비 10만 원 이상 대폭 올렸는데, 이 역시 울트라에만 전량 퀄컴 AP가 들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엑시노스의 위기는 스마트폰 사업부뿐 아니라 반도체 사업부에도 타격이다. 한때 15%에 가까웠던 삼성전자의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기준 7%까지 떨어진 상태다. 엑시노스가 잘 돼야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대량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선 갤럭시S22 때 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얼마나 되찾을 수 있느냐에 엑시노스 2400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이번 시리즈 울트라엔 엑시노스 2400을 아예 넣지 않음으로써 연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소비자들에게 '엑시노스 성능이 스냅드래곤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엑시노스 탑재 제품을 기피하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당초 2025년이나 돼야 엑시노스 재탑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깨고 올 신제품에 바로 탑재한 것은 그만큼 제품 완성도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막상 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의 의심이 해소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용어 설명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5G 통신칩 등 제품 작동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모아놓은 통합 반도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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