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별이 증오 선동?" 축구선수 세리머니가 불붙인 튀르키예·이스라엘 갈등

입력
2024.01.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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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100일 암시 세리머니...양국 갈등 점화
튀르키예 "추악" 이스라엘 "살인·증오 문화"

'100일, 다윗의 별(유대교 상징), 10월 7일'.

이런 문구를 내보인 튀르키예 축구팀 소속 이스라엘 축구선수가 '증오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부터 100일째 되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사건이었다.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인 튀르키예에서는 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이스라엘은 여기에 분노했다. 그는 하루 만에 석방됐지만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오랜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리그 안탈리아스포르 구단 소속 축구선수 사기브 예헤즈켈(29)은 이날 리그 축구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 과정에서 카메라를 보며 왼쪽 손목을 가리켰다. 그곳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간을 암시한 문구와 '다윗의 별' 기호가 적혀 있었다.

이스라엘 국적 예헤즈켈의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에서 곧장 공분을 샀다. 경기 후 그는 '증오 선동' 혐의로 체포됐고, 일마즈 툰크 튀르키예 법무부 장관은 그의 세리머니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학살을 지지하는 추악한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그가 소속된 구단 안탈리아스포르와 튀르키예 축구 연맹은 규탄 성명을 내며 징계를 공언했다.

튀르키예 매체 NTV에 따르면 예헤즈켈은 검찰에 "나는 정치와 무관하며 전쟁이 끝나길 바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금 하루 만인 15일 석방됐고 당일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AP에 따르면 카츠 외무장관은 예헤즈켈을 구금한 튀르키예 당국을 두고 "살인과 증오의 문화를 대표한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엑스에 "튀르키예는 하마스의 행정부 역할을 한다"며 비꼬았다.

미국 CNN방송은 "팔레스타인 문제는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양국 사이에 반복해서 균열을 일으켰다"며 "두 나라 관계는 2022년 회복됐지만 잠깐의 해빙은 하마스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학살 이후 빠르게 무너졌다"고 짚었다.

예헤즈켈은 풀려났지만 양국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사안들은 이어지고 있다. 당장 튀르키예에서 뛰는 다른 이스라엘 축구선수도 처벌 위기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16일 "튀르키예 축구 구단 바샥세히르 소속 에덴 카르체프는 가자지구 인질들에게 연대를 표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로 신고된 뒤 15일 밤 이스탄불 경찰에 의해 구금됐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인스타그램에 '그들을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라(BringThemHomeNow)' 해시태그 사진과 '100일'이라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