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86세대 용퇴론? 자성해야… 민주화 세대 전체 피해"

입력
2024.01.16 14:21
이낙연-이준석 신동아 대담 16일 공개
이낙연 "86세대 도덕적 문제 야기" 비판
이준석 "패거리 정치 탓… 586 비워내야"
낙준 연대 가능성엔 양측 미묘한 온도 차

신당 창당에 나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세대 용퇴론에 대해 내부 성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신동아가 16일 공개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담에서 "86세대에 속한 분들 중에 일부가 도덕적 문제를 야기했다거나 탐욕스러웠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긴 건 사실"이라며 "86세대 전체가 퇴장을 요구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본인들이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담은 지난 9일 진행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86세대 퇴장론 이면에 86세대 이전의 민주화 세대의 명예까지 상처를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런 점은 86세대를 많이 안고 있는 민주당의 빚"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86 이전 세대는 지금까지도 순수함을 유지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지금 현실을) 안타까워한다"며 "86세대와 민주당이 민주화 세력 전체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해당 질문에 "86세대에 대한 적개심이 조직화돼 가고, 586 정치가 문제 되는 이유는 결국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패거리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치를 뷔페로 비유하며 "뷔페 가기 전날부터 장을 비우는 건 맛있는 걸 많이 먹기 위해서인데, 들어오는 음식이 기준치에 미달하면 좋은 경험이 아니다"라며 "(586세대를) 비워 내자는 이야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나, 서초동 문법(검찰)으로 채우자는 이야기에는 동의하는 국민이 절대다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도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들어와서 국회에 여러 목소리를 쏟아내고, 그것이 용광로처럼 용해되는 기관으로 돼야 한다"며 "특정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들어와서 무언가 한다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공감했다.

다만 두 전 대표는 연대 가능성엔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두 분이 힘을 합쳐 세력화한다면 국민들이 주목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낙연 전 대표는 "당연히 저희의 고려사항 중 중요한 부분"이라며 "그런 것을 고민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도 "(둘 다)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봤던 사람으로서 타협이나 조정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연대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이 서로 힘을 합쳐 거대한 잘못에 맞서라고 하면 그 물길에 합류하는 것이고, 따로 또 같이 거리를 두고 협력하라면 그에 따른다"며 "모든 것은 국민의 반응을 살펴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