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최초 ‘비(非)미국인’ 득점왕 출신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전설’ 카림 압둘자바를 소환했다. 16경기 연속 ‘30점-10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1971~72시즌에 작성했던 압둘자바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엠비드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웰스 파고 센터에서 열린 휴스턴 로키츠와의 2023~24시즌 NBA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41점 10리바운드로 맹활약해 팀의 124-115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엠비드는 부상 여파를 딛고 지난해 11월 21일 브루클린 네츠전부터 16경기 연속 ‘30점-10리바운드’를 달성했다. 이는 1971~72시즌 압둘자바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전설을 소환하고 있는 엠비드지만, 그의 농구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카메룬 태생인 엠비드는 학창시절 농구캠프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캔자스대를 거쳐 2014년 드래프트(전체 3순위)를 통해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발 주상골 골절로 수술대에 오르며 첫 2년을 통째로 날렸고, 이 때문에 ‘사이버 선수’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재활을 마친 그는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2016년 처음으로 NBA 코트를 밟은 그는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 평균 20점 이상을 득점했고,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동부 콘퍼런스 원톱 센터로 성장했다. 특히 2021~22시즌에는 정규리그 평균 30.6점을 기록하며 NBA 역사상 최초로 비미국인 득점왕에 등극했다. 센터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1999~2000시즌 샤킬 오닐(당시 LA레이커스) 이후 22년 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유독 상복이 없었다. 특히 2020~21시즌과 2021~22시즌에는 리그 최정상급 센터로 활약하고도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에 밀려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또 NBA 퍼스트팀에도 늘 간발의 차이로 들지 못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엠비드는 지난 시즌 맹활약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했다. 경기당 33.1점 10.2리바운드 4.2도움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득점왕 2연패와 함께 생애 첫 정규리그 MVP까지 석권하며 명실공히 당대 최고 센터의 반열에 올랐다. 1994년 하킴 올라주원(나이지리아 태생·당시 휴스턴) 이후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MVP로 이름을 남긴 순간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도 평균 34.6점(1위) 11.8리바운드(4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숱한 과제를 극복해온 엠비드 앞에 이제 또 다른 미션이 놓였다. 앞으로 1경기만 더 30점-10리바운드를 기록하면 압둘자바를 넘어서고, 또 다른 전설 윌트 체임벌린을 바라본다. 체임벌린은 1961~62시즌 역대 최장인 65경기 연속 30점-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31경기, 25경기, 20경기 연속 기록도 달성한 시즌이 있다. 다만 과거 농구는 수비 전술이 현대 농구만큼 세밀하게 이뤄진 시점이 아니라 엠비드의 기록 도전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올 시즌 엠비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그는 정규리그 MVP 수상자 중 유일하게 콘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필라델피아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시리즈 전적 3승 4패로 패했다. 당시 엠비드는 무릎 부상을 안고 분투했지만,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나는 우승이 하고 싶다. 필라델피아든 다른 곳이든 상관없다”며 우승에 대한 갈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16일 현재 25승 13패를 기록 중인 필라델피아는 보스턴(30승 9패), 밀워키 벅스(28승 12패)에 이어 동부 콘퍼런스 3위에 랭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