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했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IRBM용 고체연료 엔진의 지상 분출을 시험한 지 두 달 만에 이를 극초음속 미사일에 달아 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북한의 극초음속 발사는 네 번째지만 언제든 기습 공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은 처음이다. 한반도 무기 판도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신속하게 빈틈없는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도 등 제원과 구체적인 기동 방식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속도는 음속의 10배(시속 1만2,000km)인 마하 10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5,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 미사일은 마하 8이다. 북한 미사일을 추적·요격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북한은 이번에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 비행 특성’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사 뒤 저고도로 비행하다 갑자기 재도약과 활공, 선회 기동 등을 구사할 경우 탐지와 요격은 더 어려워진다. 경각심을 갖고 미사일 고도별 방어와 요격 체계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3축 체계’를 점검·보완하는 한편 한미 동맹을 통한 확장 억제력 강화에 나서는 게 시급하다.
새해에도 북한의 도발 행태는 변한 게 없다. 사흘 연속 서해 포 사격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력화시킨 데 이어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로 긴장 수위를 한껏 올렸다. 미사일을 쏜 날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로 향한 것도 심상찮다. 양국 정상인 김정은과 푸틴의 관계는 무기 거래로 점점 밀착되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친미 후보가 승리하며 미중 갈등과 양안 리스크도 더 커졌다. 한반도 상황이 6·25 전쟁 당시만큼 위험하다는 경고도 없잖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속에서도 중러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대비책과 긴장을 풀 실용적 지혜가 새 외교안보팀에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