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 존슨의 마지막 승부

입력
2024.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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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퇴임 대통령 린든 존슨


1963년 존 F. 케네디 사후 대통령직을 승계해 이듬해 대선에서 승리한 미국 제36대 대통령 린든 B. 존슨(1908.8.27~1973.1.22)은, ‘가만한 당신-버티 보우먼’의 일화에서도 짐작되듯, 상원의원 시절부터 막강한 카리스마로 돋보이던 리더였다. 대통령으로서도 그는 ‘위대한 사회'를 기치로 대대적인 인권 복지 교육 개혁 조치들을 강단 있게 추진했다. 64년 공민권법으로 고용-교육 인종차별을 금지했고 사회보장법으로 미국 의료복지의 양대 기둥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를 시행했다. 하지만 임기 말 그의 인기는 베트남전쟁 확전과 반전 여론으로 급격히 식었다. 후임 리처드 닉슨의 취임식 직후 귀향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그는 1955년 심장마비를 겪은 뒤 끊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말리던 딸에게 그는 “난 너희들을 다 키웠고 대통령 직도 성실히 해냈어. 이제는 내 삶을 살 차례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퇴임 후 숨질 때까지 고향 텍사스 오스틴 외곽 스톤월 목장에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비참한(miserable)’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자신의 치적이 전쟁 먹구름에 가려 폄하되는 현실. 연일 TV뉴스를 장식한 반전 시위 소식들. 그의 정책들이 닉슨에 의해 폐지-축소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술과 담배에 절어 지내기도 했다.

그를 구한 건 목장 일이었다. 도리스 컨스 굿윈의 평전 ‘린든 존슨과 아메리칸 드림’에 따르면, 그는 백악관 시절처럼 바쁘게 우선순위까지 따져 목장 관리에 임했다고 한다. 목장 직원들과 매일 우유·달걀 수확량을 점검하며 수확 증대 방안을 논의했고 “우리가 노력하면 이 나라에서 가장 좋은 소고기와 달걀을 생산할 수 있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닉슨이 베트남전 휴전 협정(파리협정)에 서명한 다음 날, 아내 레이디 버드와 딸들이 오스틴에 가 있는 동안 목장에서 혼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