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교황청이 지난해 12월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교황청 교리성은 교회 정규 의식과 미사를 제외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구하는 이에게 도덕적 심판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며 “축복은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취임 후 여러 차례 동성애(자)에 대한 교회의 편협성을 비교적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지난해 초 아프리카 순방 중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가톨릭을 비롯한 일부 종교의 지침과 종교 지도자들의 인식을 비판하며 그런 행태야말로 ‘죄’이고 ‘불의’라고 밝히기도 했다.
교황청의 발표에 보수 개신교 진영은 물론이고 가톨릭 교회 내에서도 저항과 반발이 적지 않지만 교황(교황청)의 이번 조치로 가톨릭 교회가 사회와 더 폭넓게 교감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했다.
가톨릭 교회의 가장 완강한 차별 중 하나인 성차별에 대해서도, 여전히 더디고 미흡하지만, 진전이 있었다. 요한 바오로2세 교황 시절인 1983년 1월 19일 교황청은 1917년 이래의 교회법을 개정, 남성에게만 허용하던 교회 내 일부 직책, 예컨대 신학교나 본당 평의회 이사와 행정직, 재정 관리직 등을 ‘모든 평신도’에게 개방, 교회 내 여성의 자리를 넓힌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월 교회법을 다시 개정해 83년 교회법조차 한사코 막았던 여성의 제단 접근권을 허용, 독서자나 제대 봉사자로서 여성도 제단에 설 수 있고 사제의 성찬식을 보좌할 수 있게 했다. 교회법에서 수정한 건 단 한 단어 즉 ‘laymen(평신도 남성)’을 ‘layperson(평신도)’으로 바꾼 게 다였다. 앞서 2020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에게 부제 서품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도 설립했다. 교회법상 부제는 설교와 세례는 가능하지만 미사는 집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