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등 압박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무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을 가하는 동시에 양당 간 차별성도 함께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총선이 86일 정도 남았지만 아직도 비례대표 문제에 대해 룰 미팅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이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한 뒤 "민주당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답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2020년 민주당 주도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를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우리 당의 입장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민주당은 책임 있는 입장을 내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비례제와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사실상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지만, 그 이후 침묵하고 있다. 다당제 구현을 위한 준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내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귀책으로 재보궐이 이뤄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며 당의 재보궐선거 공천 원칙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보선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사면 이후 다시 공천했다 참패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포기' 등을 언급하며 이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였다면 (제가 제시한)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형 이상 형 확정 시 세비 반납 등 개혁안보다 더 과감한 정치개혁안을 내놓으며 경쟁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어떤 개혁안이 나오든 이 대표가 연상되기만 해도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길을 찾는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지금의 민주당보다 훨씬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또한 정부가 이 대표 피습 사건의 진상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민주당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번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희한한 음모론을 이어가며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며 "음모론을 먹고사는 정당이 어떻게 공당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한 위원장을 거들었다. 그는 "민주당은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미명하에 음모론을 퍼뜨리고 자극적 언어로 지지층을 선동하는 극단적 유튜버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극단적 정치문화가 만든 비극까지 갈등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비정함"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