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대출 연체자의 신용 사면을 추진하면서 경기 침체에도 성실히 대출금을 갚았던 차주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업권 협회·중앙회, 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CB)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11일 국민의힘과 정부가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표한 '신용 대사면'의 후속 조치다. 이번 협약으로 금융권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2021년 9월 1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발생한 2,000만 원 이하 연체금을 오는 5월 31일까지 '전액 상환한 경우' 연체 이력 정보의 상호 간 공유·활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신용 사면은 2021년 8월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2,000만 원은 신정원과 CB사에 등록된 연체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신정원은 원금을 기준으로 등록하는 반면 CB사는 원리금을 등록하고 있다. 이에 원리금이 2,000만 원을 넘어간다면 지원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
그동안 차주가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신용정보원은 최장 1년간 연체 기록을 보존하면서 금융기관과 신용평가회사에 이를 공유했다.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 때 연체 기록을 최장 5년간 활용한다. 이에 연체자가 추후에 상환을 해도 카드 사용과 대출 이용 등 금융 거래에 제한이 생겼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개인 대출자 기준 약 290만 명의 장·단기 연체정보 공유·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했다. 세부적으로 250만 명이 평균 39점(662점→701점)에 달하는 신용 점수 상승으로 저금리 대환대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25만 명이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15만 명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상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실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박 모씨는 "연체 3개월을 넘기지 않으려고 항상 마음고생을 해왔다"면서 "이리저리 쓰다가 배 짼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면 신용이라는 단어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자 중 오래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상환 조건까지 내세운 만큼 경제적으로는 충분히 할만한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란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사면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어야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고금리, 고물가로 불가피하게 연체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시 이들을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외적 정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