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오합지졸 민병대가 미군 정밀 유도탄에 버틴다"... 강력해진 후티

입력
2024.01.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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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 추가 공격에도 큰 타격 없어"
이란 등에 업고 2만 대원 무장단체로
"예멘 합법적 통치자로 변모 노력 중"

이란을 등에 업고 홍해를 위협해 온 예멘 후티 반군이 최근 미국 주도의 무차별 공습에도 이렇다 할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군사적 공방이 오히려 중동 내 후티 반군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인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년간 빠르게 세를 불리며 조직을 정비해 온 후티의 존재감이 중동 내 확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공격에 타격은 적어 "미사일 75% 유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정부 당국자 등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전날(12일)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미국의 공습을 받았지만 공격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멘 수도 사나 등에 있는 후티 반군 근거지 30곳에 대한 미국·영국의 대규모 폭격(12일), 미군의 독자적인 추가 공습(13일)을 그럭저럭 버텨냈다는 것이다.

미군은 이 과정에서 150발 이상의 정밀 유도탄을 사용해 후티 측 60개 이상 미사일·무인기(드론) 표적을 공격했다고 한다. 미국이 겨냥한 후티 측 목표물의 약 90%가 손상됐음에도,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후티 반군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의 약 75%는 유지하고 있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12일 미군 합동참모본부장인 더글러스 심스 중장이 "후티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능력을 훼손시키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과거 민병대에 불과했던 후티는 홍해를 중심으로 도발 강도를 높이며 어느새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반군 조직으로 부상했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의 부정부패에 맞서기 위해 결성된 후티는 예멘 내 소수 시아파인 자이드파의 분파로, '반미·반이스라엘'을 주요 이념으로 한다. 2014년부터 예멘 정부와 내전 중인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등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 저지를 위해 내전에 개입하자 이들과 싸우며 입지를 다졌다. 대원 수는 약 2만 명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군사 공방으로 영향력 키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이후엔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 삼아 홍해를 오가는 선박을 공격하며 역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물론 이란의 군사 지원을 등에 업고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년 전 예멘 북부 산악지대에서 등장한 종교적 민병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며 "국제 선박 운항을 방해하고 미국의 군사 공격을 유도하는 등 오합지졸 반란군에서 예멘의 '합법적 통치자'로 변모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군사 대립이 후티 반군의 중동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마게드 알마드하지 예멘 사나전략연구센터 소장은 "후티 반군은 미국을 괴롭히고, 미군과 교전할 기회를 가장 열망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미국 입장에선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NYT는 미국의 이번 후티 반군 공격 결과를 두고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을 저지하고 지역 분쟁 확산을 막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동맹국들이 직면한 도전을 보여 준다"고 짚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