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가 반짝 인기? 대왕카스테라랑 달라요" 자신감은 근거는?

입력
2024.01.23 04:30
18면
정철훈 달콤나라앨리스 공동대표
탕후루, 당 과다 섭취·쓰레기 논란 해법은
싱싱한 과일에 설탕 대체 감미료로
"6년 동안 내실 다져...탕후루의 실험 계속"


식사는 마라탕, 디저트는 탕후루. Z세대(1990년대~2010년대 초반 출생)라면 지난해 한 번쯤 즐겼을 코스다. 탕후루를 즐겨 먹는 이들 사이에서는 '식후탕'(식사 후 탕후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고 유튜브에는 '솜사탕 탕후루' 등 이색 탕후루를 만드는 챌린지까지 등장했다. 호기심에 사 먹는 2030세대까지 합세하면서 탕후루의 인기는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 같은 열풍의 중심에는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가 있다. 2020년 10여 개에 그쳤던 달콤왕가탕후루 매장 수는 2022년 40개를 넘기더니 2023년 11월 500호점이 문을 열었다. 통귤·파인애플 탕후루, 겨울 한정 '산타클로스 탕후루' 등 꾸준히 신제품을 내며 고객의 관심을 붙잡은 게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뜨거운 인기만큼 우려의 시선도 많다. 지난해 10월 회사 관계자들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가면서 아동·청소년의 설탕 과소비 주범으로 낙인찍힌 것. 탕후루 꼬치와 종이컵을 길거리에 버리는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문 닫는 탕후루 업체가 늘면서 과거 대왕카스테라처럼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달리고 있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달콤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정철훈 달콤나라앨리스 공동대표를 만나 여러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와 앞으로 사업 방향을 물었다.



'길거리 탕후루'를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정 대표는 2016년 길거리에서 파는 탕후루를 우연히 맛보면서 사업 아이템으로 관심을 가졌다. 탕후루의 설탕 코팅이 두껍고 입에 달라붙어 상품성도 떨어지는 것을 보고 더 나은 제품으로 개발하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더구나 탕후루는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고 회전율이 빨라 하루 매출을 어렵지 않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정 대표는 "길거리 탕후루는 먹기도 불편하고 비위생적인데도 불티나게 팔리더라"며 "탕후루를 좀 더 위생적이고 맛있게 만들어 프랜차이즈화하면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설탕을 얇게 바르고 입에 안 달라붙는 아삭한 식감의 레시피를 개발해 김소향 공동대표와 2017년 울산시에 1호점을 열었다. 처음엔 딸기 탕후루만 잘 팔리고 매출이 오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샤인머스캣·귤 맛 등 여러 탕후루를 개발하면서 광주, 제주도, 서울로 매장을 빠르게 늘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오자 매장 확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단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학생들이 거리 밖으로 나왔는데 놀거리도, 먹거리도 많이 없어진거죠. 탕후루가 이들에게 재밌는 놀이가 됐고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이나 유튜브에 이색 디저트로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타게 됐습니다."



배·사과·바나나·용과에도 설탕 입혔다…맛있는 탕후루의 조건


단골 손님이 생기면서 메뉴도 더 다양해졌다. 신메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 재구매를 끌어낸 것이다. 배, 사과, 바나나, 용과에도 설탕을 입히면서 실패작도 수없이 나왔다. 바나나는 당이 높아 탕후루로 만들었을 때 맛이 떨어졌으며 배는 과육이 많아 적합하지 않았다. 탕후루로 만들기 좋으려면 한입에 넣기 좋은 사이즈에 적당한 탄성이 있어야 했다.

레시피를 개발한다 해도 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일 수급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매입 단가도 적절해야 3,000~4,000원 판매가를 유지할 수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이 같은 노력으로 탄생한 여러 신메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 대표는 "사과는 갈변이 일어나 상품성이 떨어져 이를 방지하는 레시피를 개발 중"이라며 "키위는 설탕 코팅을 입히면 금방 녹아버려 1시간 30분가량 유지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 얼마 전 판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달콤왕가탕후루는 과일의 약 80%를 국내 산지에서 대량으로 구입한다. 주로 딸기는 논산, 귤은 제주도, 샤인머스캣은 김천 농장에서 직매입한 후 서울, 부산 등 전국 6개 지역에 위치한 자사 물류센터로 일괄 배송해 각 매장에 공급한다. 과일을 싱싱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 농장에서 매장에 도착하기까지 당일 배송이 원칙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 과다섭취 우려에...대체감미료 사용 고심 중


승승장구하던 달콤왕가탕후루는 지난해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곤욕을 치렀다. 아동·청소년에 설탕 과소비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정 대표는 "(국감 소환은) 요즘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이 많아 경각심을 주려는 취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 탕후루가 가지고 있는 당 함유량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달콤왕가탕후루의 제품 기준 탕후루 한 개당 당 함유량은 9.9~24.7g 사이다. 제품별로 딸기(53g)는 9.9g(10%), 귤(61g)은 14g(14%), 블랙사파이어(72g)는 24.7g(25%)의 당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는 과일 속 당까지 포함한 함유량이라 시중에서 파는 다른 디저트와 비교하면 오히려 적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다만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정 대표는 체내 설탕 흡수를 39.9%까지 낮춘 대체 감미료를 써서 탕후루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올해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기존 가격 그대로 이 대체 감미료를 적용하는 방식도 고민 중이다.



탕후루 인기 꺾였다지만…"수요 계속될 것" 자신감의 이유



길거리에 버려지는 꼬치와 컵 문제에 대해서는 탕후루 전용 쓰레기통을 따로 만들어 꼬치와 컵을 분리해서 버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쓰레기통의 작은 구멍에는 꼬치를, 큰 구멍에는 컵을 버리도록 해 직원들이 따로 작업하지 않아도 분리수거가 이뤄지게 한다"며 "이 밖에 전국 매장을 대상으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탕후루 업체의 폐업이 늘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정 대표는 "사업에 잠깐 굴곡이 있을 순 있어도 탕후루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브랜드로 아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은 6년 동안 고객과 만나며 내실을 다져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단골손님은 꾸준히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다른 재료도 아닌 생과일을 사용한 간식이라 결국 건강 면에서도 여느 식품보다 더 나은 먹을거리로 인정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