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건넌 반려견도 복제... 기술 있지만 기준·규정은 '깜깜이'

입력
2024.01.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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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바이오, 근거법령 사각지대]
반려동물 복제 속속 등장, 줄기세포 치료도
'복제 허용되나' 근본적 의문에 공감대 부족
대리모견 고통 등 윤리 문제 지적 목소리도


"우리 홍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그 생각만으로 정말 큰 위안이 됐어요."

지난해 11월이었다. 표모(54)씨 가족과 15년 동안이나 함께 살던 몰티즈(소형견) 홍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세상을 떠났다. 표씨는 한동안 극심한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자기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 흘리는 일이 반복됐다.

표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반려동물 상실(펫 로스) 증후군. 이렇게 살 순 없다 싶어, 펫 로스 증후군 극복기를 찾아보던 표씨는 반려동물 복제 기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복제 업체에 홍이의 체세포를 맡기면, 홍이의 모습과 똑 닮은 반려견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홍이를 되살리는 일은 이제 결심만 남은 단계다. 표씨는 "홍이 사체에서 살점을 일부 떼내 이미 체세포를 채취했다"며 "가족들과 상의를 통해 실제 복제할지를 판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제, 인간의 상실감 치유 수단?

최근 2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죽은 반려견(사모예드)을 복제한 강아지 두 마리를 공개하면서 동물 복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가족과 다름 없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인위적인 복제와 그 복제의 과정이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복제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상황에서 동물복제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제도 내로 끌어들여 생명윤리와 안전을 보장할 근거 법령 및 체계가 신속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급증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반려동물 영업장 수는 2018년 1만3,491개에서 2022년 2만2,076개로 크게 늘었고, 관련 시장 규모도 지난해 8월 기준 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산업 중에서도 의학·바이오 분야는 최근 주목받는 분야다. 반려동물의 노화를 막고 효과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돈이 되는 사업'이 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동물복제 기술은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그간에는 탐지견처럼 국가사업으로 복제된 동물들이 주를 이뤘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반려견 등 개인 차원의 복제도 없지는 않았다.

최근엔 반려동물 복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상업화도 이뤄지고 있는데, 약 1억 원의 비용을 내면 업체가 반려견의 사체에서 살점을 떼 체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복제를 시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고 한다. 한 복제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복제견 생산을 위해 1회당 수정란 5~7개를 최소 3회 정도 이식한다'면서 '복제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고객의 의사에 따라 회수 여부를 결정하고, 재복제를 진행해드린다'고 홍보한다.

실제 복제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해 반려동물의 체세포를 보관하는 사업도 주목받는다. 체세포 보관 업체 크리오아시아의 한형태 대표는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8년에 비해 현재 고객이 10배 이상 늘었다"며 "복제 비용이 부담되거나 당장 복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견주들 50~60명 정도가 체세포 보관 문의를 해 온다"고 말했다. 개 외에도 고양이·새 등 다른 종으로도 확대됐고, 보관자 중 매년 한두 명은 실제 복제를 시도해달라고 요청을 해온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정부 차원 가이드라인 빨리 나와야

그러나 현실의 이런 시장 확장 속도에 비해,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여전히 미비하다. 인간 복제 관련 연구는 '생명윤리법' 등 엄격한 제재·관리 규정이 있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복제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연구 목적의 동물 실험의 경우엔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구성돼 불필요한 실험 및 학대가 없었는지 검토할 수 있는 반면, 상업적 목적의 복제에는 관련 기구가 나설 근거가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복제에 투입되는 난자공여견과 대리모견 모두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복제를 허용해야 하는가'란 근본적인 물음에도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복제를 하지 않아도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은 주변에 많고, 상업적 차원으로 동물을 복제하는 건 이기심에 기반한 일"이라며 "유전적 결함이 있는 복제견이 태어난다면 제대로 된 돌봄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동물법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에서도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동물 복제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필요한 학대를 막고 복제 과정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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