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중국'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에 "대만 주류 민의 반영 못해"

입력
2024.01.14 10:29
'대만 담당' 중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만은 중국의 대만, 결국 통일된다
 '하나의 중국' 원칙도 변함없을 것"
관영 언론들, '라이 승리' 보도 안 해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독립' 성향의 집권당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자 중국이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의 주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은 선거 기간 내내 독립주의 노선을 고수해 온 라이 당선인을 비난해 왔다.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전날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온 지 2시간 후(현지시간 13일 오후 10시 45분쯤) 이같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천 대변인은 "이번 대만의 두 선거(총통 선거·입법위원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도 바꿀 수 없다"며 "조국은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친중' 국민당 입법위원 선거 승리 강조

이 같은 발언은 민진당이 비록 총통 선거에선 승리했지만,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친(親)중국 성향 국민당에 패배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총통 선거에서 라이 당선인이 득표율 40.05%를 기록,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33.49%)를 눌렀으나 113명을 뽑는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52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됐다. 민진당은 51석에 그쳤고, 민중당과 무소속이 각각 8석, 2석을 확보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진당은 과반인 61석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4년 전보다 무려 10석이나 뒤지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오후 11시 55분쯤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대만 섬 안의 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적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에 반대하며, '두 개의 중국'이나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라이 당선인을 향한 미국의 '당선 축하'에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담화문을 통해 "미 국무부가 중국 대만 지역이 선거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포함된)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라이 후보 당선 확정 뒤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미국·대만 관계는 다방면에서 깊어질 것"이라며 발표한 성명을 비판한 것이다.



관영 언론 '침묵'... 중국 정부 '불편한 심기' 탓?

중국 관영 언론들은 선거 결과를 사실상 다루지 않으며 침묵했다. 4년 전인 2020년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보도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중국 정부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 CCTV는 오후 10시 종합뉴스에서 선거 결과를 일절 전하지 않았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에서도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천 대변인 논평이 나오자 이 내용만 단신으로 짧게 다뤘을 뿐, 라이 당선인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언론사 홈페이지 하단에 배치해 중요도가 낮은 기사로 분류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도 '대만'을 검색하면 천 대변인 논평만 나올 뿐, 선거 결과는 없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는 선거 당일인 13일 오전 '대만 선거' 관련 해시태그를 차단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