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포스홀딩스 이사들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본격 수사하면서 포스코그룹 다음 회장을 뽑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는 위원들뿐 아니라 후보에 이름을 올린 그룹 내부 인사 일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등 이사 12명과 직원 4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2023년 8월, 5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열린 이사회 비용이 총 6억8,000만 원으로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이다.
앞서 이 사건은 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 감사에 부정 청탁법 위반 관련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불거졌다. 사외이사 중 대학 교수들이 포함돼 국회 교육위에서 다루려던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7일 경북 포항시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최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은 재점화했다. 같은 달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수서경찰서로 이첩했다. 포스코 측은 공식 입장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전에도 해외에서 이사회를 열었고 광산 등을 방문했던 캐나다 현지 사정과 물가, 참여 인원 등을 감안하면 배임으로 보기엔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혐의보다 뒷말이 나오는 부분은 수사 시점이다. 2022년에도 구현모 전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면서 검찰이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본격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구 전 대표의 사퇴와 여권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KT 사외 이사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꾸려 후임 최고경영자(CEO)를 뽑았다.
일부에서는 포스코도 이번 수사로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수사로 후보추천위 자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위원 7명 전원이 지난해 캐나다 출장을 다녀온 포스코홀딩스 이사진으로 수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룹 다음 회장 후보에 오른 내부 인사 7명 중 최소 4명도 수사받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직 임원으로 포스코홀딩스 이사다. 앞서 후보추천위는 그룹 내부 인사 7명, 외부 인사 15명 등 총 22명의 1차 후보군 명단을 만들었다.
이번 수사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포스코그룹 회장을 뽑는 과정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뒤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후 최정우 회장이 후보추천위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 때문에 민간 기업 경영권에 대한 정부 간섭이 노골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이 KT 전례와 비슷한 수순으로 가는 것 같다"며 "출장을 빌미로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사진 형사 입건을 통해 포스코 차기 회장에 외부 인사를 앉히려는 시도를 한다면 민간 기업에 대한 관치 인사 개입으로 비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