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위기에 호르무즈 해협서 나포까지...해운업계 "대안 없는데 어쩌나"

입력
2024.01.12 18:00
"남아공 희망봉 항로 추가 투입 선박 운항 시작 안 해" 
"호르무즈해협 위기에도 중동 수요는 대체 항로 없어"


홍해~이집트 수에즈 항로 위기가 심각해지고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미국 유조선 나포가 이어지자 해운업계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최근 홍해~이집트 항로를 대체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쪽으로 추가 투입하기로 한 선박 네 척은 아직 운항을 시작하지도 않은 데다 호르무즈해협은 마땅한 대체 항로조차 없기 때문이다.

남아공 희망봉 항로에 화물선 네 척을 더 보내기로 한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옛 현대상선) 측은 12일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때문에 국제 운임이 오를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희망봉 항로 선박 추가 투입이나 호르무즈해협 운항 선박의 항로 변경 등 추가 대책은 없다"고 했다.

특히 희망봉 항로로 갈 화물선들은 이르면 15일에서야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이 화물선들도 다른 항로를 운항하던 것을 빼서 보내야 하는 상황. 이 때문에 12일(현지시간) 미국의 후티 반군 거점 공습으로 홍해~수에즈 항로의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국제 컨테이너 운임 변동 등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추가 투입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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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화물선·유조선, 오만만 안 거치고 못 나온다

호르무즈해협 상황은 더 막막하다.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 해협은 아라비아반도 동쪽 항로인데 주로 중동을 오가는 배들이 이용한다. 문제는 화물선이나 유조선이 미국 유조선이 나포된 오만만을 경유하지 않고 페르시아만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는 것. 아라비아반도 서쪽인 홍해~수에즈 항로는 주로 북유럽, 지중해 수요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중동의 수요를 대신 감당하기는 어렵다. 후티 반군으로 위기가 커진 상태라 대체 항로로 적절하지 않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중동에서 기름을 실어 나르는 유조선이나 드라이벌크선(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 곡물 운반선)을 운항하는 해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도 홍해~수에즈 항로가 대안이 될 수 없다. 희망봉 항로는 중동 수요와 사실상 무관한 항로다. 하림의 자회사 팬오션 관계자는 "(선박 나포 지점을) 잘 피해서 다니는 수밖에 없다"며 난감해했다.

같은 해운사라도 상황 변화로 입게 될 타격은 화물선 해운사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조선이나 드라이벌크선은 화주가 한 곳이거나 소수지만,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선은 화주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항로 상황으로 해운사가 예약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위약금·손해 배상 청구를 당하기라도 하면 청구자도 여럿이 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중동지역 해상물류 주요 노선을 즉시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어 △수출입 물품 선적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료 운송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예멘 반군 근거지 공습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산업부는 우리 선박 및 국적 선사에 항로 우회를 권고하고 모니터링도 진행할 계획이다. 수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 선박 투입 등 물류 지원책도 추진한다. 해양수산부도 긴급 상황 점검을 통해 우리 선박 운항 현황을 보고받고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해수부는 전날 관련 부처 및 해운 기업 측과 '홍해 해협 통항 중단 수출입물류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대책 찾기에 나섰다.



김청환 기자
이상무 기자
세종= 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