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학살' 국제재판에…이스라엘 "집단학살은 하마스가 했는데" 반발

입력
2024.01.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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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11일 재판 시작 
제소한 남아공 "이, 의도적 집단학살" 
이스라엘 '정당방위' 강조... 혐의 부인

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 학살 자행 혐의 재판이 시작되자 이스라엘이 격분했다. 집단 학살을 저지른 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민간인을 무차별 살해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인데 이스라엘이 죄를 뒤집어썼다는 게 이스라엘 측 주장이다. 이스라엘은 ICJ가 휴전 등 명령을 내리더라도 거부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남아공 "이스라엘, 유엔 협약 위반"

12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ICJ에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측은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공개 심리에서 "이스라엘이 1948년 채택된 '유엔 집단 학살 협약'을 위반했다"고 강변했다. 해당 협약상 집단 학살은 민족, 국적,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을 의도적으로 학살하는 행위를 뜻한다.

남아공 측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지도부가 팔레스타인인 살해를 부추기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일삼고 있다'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인원은 개전 후 2만3,000명이다. 남아공은 이스라엘의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로서 ICJ가 휴전 등을 판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스라엘 "하마스와 싸우는 것일 뿐"

이스라엘은 12일 공개 심리에서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이스라엘 측 변호인단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아니라 하마스를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상대로 방어전을 벌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무장 대원 3,000여 명을 이스라엘 남부로 침투시켜 1,200여 명을 죽이고 240여 명을 인질로 잡아갔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집단 학살 행위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자행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남아공을 향해서는 "전체 이야기의 반쪽만을 말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ICJ는 지난달 29일 남아공 제소 이후 2주 만에 재판 절차를 개시, 12일로 이틀 간의 공개심리 절차를 마쳤다. 남아공이 요청한 임시 조치에 대한 판단은 이달 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ICJ 판결이 나오더라도 이스라엘이 이를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 측 변호인단은 "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군사 행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을 폈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원하지 않는 판결이 나올 경우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