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현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단편적으로 출연해 워킹맘의 고충을 전했던 수현이 '경성크리처'에서는 우아한 빌런이 돼 극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앰버서더 풀만 호텔에서는 수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강은경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파트1과 2로 나눠 공개됐으며 시즌2는 올해 공개 예정이다.
'경성크리처' 속 수현은 언제나 단정한 기모노 차림에 꼿꼿한 자세로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마에다를 표현했다. 집에서는 비교적 밝은 색과 패턴이 있는 기모노를, 사람들을 만나는 밖에서는 어두운 컬러의 기모노로 무게감을 주면서 마에다의 이중적인 면모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특히 경성 내 가장 막강한 권력과 부를 누리는 일본 귀족 마에다 유키코를 미스터리하게 표현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수현은 지난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모델로 데뷔한 후 배우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에이지 오브 울트론' '다크 타워 : 희망의 탑' 등에 출연하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이날 수현은 "일본어 연기가 가장 긴장이 됐다. 어눌한 한국어를 잘 했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일본어 선생님 세 분에게 교육을 받았다. 전화로도 통화를 하면서 일본어 연습을 했다. 일본어 수업 시간이 정말 많았다"라고 짚었다. 촬영 현장에서 수현은 일본어를 구사할 때 연기하는 톤, 또 인물의 감정을 살리면서 실제 그 시대의 대화처럼 느껴지도록 자연스럽게 해내야 했다. 이를 두고 "일본어라는 과제를 받았을 땐 도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동양권 언어를 하는 것도 제겐 호감이었다. 교토 사투리가 생각보다 어려웠다"라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 시대는 한류 붐과 더불어 배우들이 기피하는 이야기가 됐다. 이를 두고 수현은 "시대적인 것에 집중해서 보실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시대적 배경과 별개로 연출진이 좋았다. 감독님이 제 해외 활동을 좋게 보시며 마블을 언급하셨다. 그래서 역할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했다. 선택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드라마에서 교토 사투리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드문 만큼 수현은 직접 캐릭터의 일거수일투족을 섬세한 노력으로 만들었다. "'미스터 션사인' 등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은 다 찾아봤지만 마에다 이미지와 대부분 맞지 않았다. 일본어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일본인이 하는 한국어를 들으면서 어감을 조절했다. 극중 마에다는 우아하고 부드럽고 예쁘게 이야기를 한다. 그 강도를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에다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빌런 캐릭터다. 항상 기모노를 입고 다소곳하게 앉아서 음모를 꾸민다. 교토 사투리 때문에 나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이 캐릭터의 특징이다. 수현은 마에다를 두고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인물'로 분석했다. 권력을 갖고 휘두르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과 동등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인들이 봤을 때 정말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말을 실제로 들었을 때 기분이 좋긴 했어요. 시대극이기 때문에 그 시대에 대한 공부, 기모노를 입었을 때 문화적으로 맞는 것인지 확인을 해야 했어요. 걸음걸이부터 연기의 시작이었죠."
수현은 배우 입장에서 시청자들이 극에 공감할 수 있도록, 또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했다. 그는 "전형적인 빌런이면 촌스러워진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절제하면서 연기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무릎을 꿇고 앉았을 때 어깨가 삐뚤어지면 다시 테이크를 갈 정도로 중점을 뒀다"면서 "작품이 공개된 후 외국 배우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다들 박서준 한소희 배우의 작품을 재밌게 봤는데 이런 드라마가 나와서 놀랍다고, 자기들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더라"라고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박서준은 '더 마블스'로 어벤져스 세계관에 입문, 수현의 자랑스러운 후배다. 이와 관련, 박서준과 마블 이야기를 나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외 활동했을 때 어땠는지, 외국 촬영이 힘들진 않았는지 주고 받았다. 앞으로도 한국 배우들이 진출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본 리딩날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작은 방에서 마이크 없이 긴장속에서 연기했다. 이래서 박서준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스태프도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를 하겠다 싶었다. 정말 장태산 같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수현은 지난 2022년 방송된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한 에피소드에 출연해 워킹맘의 고충을 연기적으로 표현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출산과 일에 대한 복귀는 여전히 쉽지 않아요. 복귀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어요. 촬영한 것을 보고 작가님이 연기가 많이 고팠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인생을 좀 더 살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 조금이나마 배우로서 성장한 게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깊은 갈증을 느끼고 있단다. 가장 듣고 싶다는 말로 '새롭다'를 꼽은 수현은 "시청자들이 새롭게 봐줄 수 있는 초점으로 역할들을 선택하고 있다. 연기할 때 더 과감해지는 저를 발견하는 것 같다. 대중이 그런 저를 알아봐 주셨으면 한다. 또 한국 작품들을 더 많이 하고 싶다. 해외 활동을 포기한 것이 많은데 그만큼 한국 작품에 올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